경제적 해자

Posted by sckimynwa on June 07, 2023 · 5 mins read

Quotes

일반적으로 자본이익률은 ‘평균 회귀‘의 특성을 가진다. 즉, 어느 기업의 이익률이 높으면 그 기업을 모방하는 경쟁사들이 모여들게 되면서 수익이 줄어들게 된다. 반대로 이익률이 낮은 기업들은 새로운 사업으로 진입하거나 경쟁사가 떠나면서 수익이 개선된다.

그렇다면 현재 우수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 오랫동안 계속 우수성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이와 같은 기업들을 어떻게 찾아낼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의외로 아주 간단하다. 투자하려고 하는 기업들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나 던져보면 된다. “자금력과 순발력을 갖춘 신규 진입자들이 그 회사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라고.

해자가 있는 기업의 가치가 더 높은 이유는 더 오랜 기간 동안 경제적 이익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자가 있는 기업의 주식을 사는 것은 오랜 세월 동안 경쟁사들로부터 보호될 현금흐름을 사는 것과 같다. 이는 몇 년 후에 망가질 낡은 자동차보다는 10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자동차를 더 비싸게 주고 사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높은 이익률과 빠른 성장률에 매혹되기는 쉽지만 정말로 중요한 것은 높은 이익률을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해자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버릴 기업과 진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구별해 낼 수 있는 기본 틀을 제공한다.

경제적 해자의 관점에서는 회사의 경영 능력보다 이미 내재되어 있는 구조적인 경쟁력이 더 중요하다. 즉, ‘주어진 패를 어떻게 다루는가‘보다 ‘처음부터 어떤 패를 들고 있었는가’가 더 중요시된다.

모닝스타에서는 특허 포트폴리오가 다양하고 오래전부터 꾸준하게 혁신을 달성해온 근거가 있는 회사들에 대해서만 해자를 인정한다. 미래를 단 하나의 특허 상품에 의존하는 회사들은 대부분 지나치게 낙관적인 미래의 수익을 약속하지만 결국은 실패하고 마는 경우가 많다

구조적인 경쟁력이 없다면 경쟁사보다 효율성이 높은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사실 다른 회사보다 낭비가 적고 비용을 절감해야만 성공할 수 있는 산업 분야라면, 경쟁이 극심해서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효율성을 높이는 것 뿐일 가능성이 높다. 경쟁사보다 더 효율적으로 일하는 것은 좋은 전략이지만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독점적인 업무 프로세스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면 지속 가능한 경쟁력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규모 유통망은 엄청난 경쟁력의 원천이 될 수 있다.

Thoughts

“해자”란 동물이나 외부인, 특히 외적으로부터의 침입을 방어하기 위해 고대부터 근세에 이르기까지 성(城)의 주위를 파 경계로 삼은 구덩이를 말한다. 이러한 정의로부터 미루어볼 때, 어떤 기업이 “경제적 해자”를 갖고 있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거나 공격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이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가치가 높은 기업은 좋은 제품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는데, 기업의 가치가 이 기업이 미래에 만들어낼 현금 흐름의 총합이라는 관점으로 생각했을 때, 단순히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이 제품을 다른 회사가 못 만드는 이유는 무엇인지를 바탕으로 한 제품과 회사가 누리는 “해자”의 관점에서 다시 한번 재고해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경제적 해자를 가지고 있는 기업이 어디인가? 라고 물어본다면, APPLE이 거의 유일하게 떠오르는 것 같다. 위 책에서 언급한 경제적 해자를 얻을 수 있는 4가지 요인을 애플은 모두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 무형 자산: 애플에 투자하고 있었을 당시(최근에 VR공개한 직후에 전부 팔았다.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위한 현금이 필요해서이지 기업의 가치 자체가 크게 훼손되었다고 느끼진 않는다.) 가장 주의깊게 봤던 것 중 하나가 “아시아 시장 공략”에 대한 방향성과, 출원되는 특허들이었다. 애플은 어떤 제품을 출시하기 전에 그것과 관련된 기술 특허들을 내는 것으로 유명한데, 가상현실 / 증강현실 및 안경에 대한 특허들을 이미 2~3년 전부터 내고 있었고, 그전에도 다른 제품들에 대해 그래왔다. 특허가 있다는 것은 다른 기업들이 쉽사리 이쪽 시장에 진입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 전환 비용: Heavy Apple User로써, iCloud, iPhone, Macbook, AirPod, iPad, apple watch, Mac Mini를 모두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제품군으로 갈아타기에는 여간 많은 노력이 드는 것이 아니다. (사실 상상하기도 싫다) 이러한 과도한 전환 비용은 어딘가에서 VR제품을 사야한다면 얼마 더주고 그냥 Apple Vision Pro를 사게 만들 가능성을 높인다.

  • 네트워크 효과: App Store와, 이미 점유하고 있는 시장 지배력만 봐도 이 부분에 있어서는 더 말이 필요없을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맥락에서 테슬라의 베를린 공장과 AI Robot연구에 대한 진전, 중국의 반도체 공장 관련된 내용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아래의 원가 우위와도 연관되긴 하지만)

  • 원가 우위: 팀쿡이 CEO를 맡은 이후 가장 발전했다고 느끼는 부분은 애플이 엄청난 원가 우위를 누리는 구조를 구축해두었다는 것이다. Apple Recycle Project부터 시작해서 iphone SE로 이어지는 single-chip 생산라인, 그리고 M1, M2 칩 생산 공정의 효율화는 제품생산에 드는 원가 우위를 만들어 잉여 현금흐름에 반영하고, 애플은 이를 적당한 수준의 자사주 매입과 배당으로 사용해 주주환원 시스템을 돌린다.

개인적으로는 투자 포트폴리오에 담겨있는 여러 기업들을 이런 관점으로 분석해서 투자하는 편인데(그래서 기업 하나 투자하는 걸 결정하는데 매우매우 오래 걸리고, 상당히 오래 보유하는 편이다), 이걸 딱히 “경제적 해자”라는 용어로 분류해 본 적이 없었으며,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나 개인적으로 진행하는 여러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연결지어 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SaaS 서비스를 만들어서 판매한다고 생각했을 때, 전환 비용을 높일 수 있는 구조에 대해 고민해본다거나, 특허에 대해 고민해본 적은 없었던 것 같아서, 팀원들과 이야기할 때 이러한 주제들을 가미해서 이야기해보게 될 것 같다. (네트워크 효과에 대해서는 주구장창 이야기해서 어느 정도는 공감대가 있지만, 네트워크 효과 그 자체만으로는 가치를 창출해 내기가 쉽지는 않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