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entionless economy
"The essence of technology is by no means anything technological. Thus we shall never experience our relationship to the essence of technology so long as we merely conceive and push forward the technological, put up with it, or evade it. Everywhere we remain unfree and chained to technology, whether we passionately affirm or deny it."
- Heidegger
1997년, Tim Berners-Lee와 동료들은 웹 서버가 소비자에게 보낼 수 있는 메시지 하나를 설계했다. HTTP 402 - "Payment Required." 이 콘텐츠를 원한다면 소액을 지불하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디지털 결제 수단이 존재하지 않던 시대였고, 신용카드의 고정 수수료는 1센트짜리 마이크로페이먼트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402는 태어나자마자 잠들었고, 광고가 그 빈자를 채웠다. Google은 콘텐츠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제3자(광고주) 를 끼워넣는 기묘한 비즈니스 모델을 발명했고, 이 모델은 인터넷 경제의 기본 계약이 되었다. 인간의 주의력(attention)은 곧 화폐였고, 콘텐츠는 그 주의력을 가두는 미끼였다.
29년이 흘렀다. GPT-4 이후 StackOverflow 트래픽은 75% 감소했고, 테크 뉴스 사이트들의 트래픽은 60% 이상 줄었다. LLM은 웹페이지를 '읽지' 않는다. 정보를 '추출'하고 '합성'할 뿐이다. 에이전트는 배너 광고에 시선을 빼앗기지 않는다. 1997년부터 2024년까지 인터넷 경제를 지탱한 근본 계약, 즉 "무료 콘텐츠와 교환하는 부분적 주의력" 이 LLM의 등장과 함께 무효화되고 있는 것이다. 광고가 무료 인터넷을 만들었고, 무료 인터넷이 10조 토큰의 학습 데이터를 만들었고, 그 데이터가 광고 모델 자체를 무너뜨리는 LLM을 낳았다.
역사는 이 패턴을 이미 한 번 보여준 적이 있다. 1990년대, AOL(America Online)은 큐레이션된 콘텐츠 번들로 안전하고 정돈된 인터넷 경험을 약속했다. 반대편에는 HTTP와 DNS라는 오픈 프로토콜이 있었다. 게이트키퍼 없이, 서버와 도메인만 있으면 누구나 전 세계에 닿을 수 있는 구조. 혁신은 중심이 아니라 변방에서 왔고, AOL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같은 구도가 에이전트 경제 위에서 반복되고 있는 것 같다.
ChatGPT Checkout이나 UCP(Unified Commerce Protocol)는 큐레이션된 머천트 카탈로그와 수개월의 BD 과정을 요구하는, 사실상 에이전트 시대의 AOL이다. 반면 Coinbase의 x402나 Stripe 기반 mpp 같은 오픈 프로토콜들은 전혀 다른 구조를 제안한다. 에이전트가 사전 승인 없이 어떤 서비스든 발견하고, 스테이블코인으로 서브센트(sub-cent) 비용의 결제를 즉시 수행하는 구조다. 1997년에 풀 수 없었던 마이크로페이먼트 문제가 마침내 해결되면서, 인간의 주의력 대신 프로토콜이 경제를 움직이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 경제 안에서 에이전트는 도구가 아니라 경제적 행위자(economic agent)로 작동한다.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하나 상상해보자. 한 소규모 커피 로스터리의 에이전트가 새벽 3시, 주 원두 공급업체의 가격이 관세로 15% 올랐음을 감지한다. 에이전트는 즉시 대안 공급업체 세 곳의 API를 발견하고, 스키마를 읽어 샘플을 요청한다. 품질 인증서를 검증하고, 볼륨 가격을 협상하고, 스테이블코인으로 샘플 비용을 결제한다.
이 과정이 모두 오픈 프로토콜 위에서, 사전 계약 없이 일어난다. 사업자가 아침 운동을 마치고 첫 에스프레소를 내릴 즈음, 에이전트는 최적의 대안 거래처로 전환을 완료한 보고서를 건넨다. 이는 경제 시스템의 마찰(friction)이 한계 비용에 수렴할 때 비로소 가능해지는,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종류의 교환이다.
하이데거는 기술의 본질이 기술적인 것이 아니라고 했다. 에이전트 경제의 본질도 에이전트 자체가 아니다. 에이전트는 마찰을 없애는 수단에 불과하다. 본질은 마찰이 사라진 자리에서 나타나는 가능성 그 자체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