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rity act
개인적으로 Clarity Act의 통과가 머지않았다고 느낀다. 초당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이 법안의 핵심 문제는 크립토의 자산 편입 여부가 아니다. 이미 이를 전제로 하고 있고, 이렇게 크립토를 열었을 때 무너질 수 있는 기존 금융 구조를 어떻게 지탱할 것인가에 있다.
지난 글에서도 다루었지만,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수요를 흡수하고 국채 시장을 안정시키는 강력한 도구다. 그러나 동시에 은행 예금을 대체한다. 거래소가 고객의 크립토 예치금에 합법적으로 이자를 지급할 수단을 얻게 되면, 기존 은행에 잠들어 있던 막대한 뭉칫돈이 크립토로 빨려 들어간다. 이는 자연스레 은행의 대출 여력 감소로 이어지고, 특히 모기지와 상업용 부동산 대출을 담당하는 지역은행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스테이블코인을 키우는 정책은 그대로 두면 당연하게도 기존 금융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주택은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정치적 이슈이고, 지역은행은 그 주택 시장을 지탱하는 금융의 핵심이다. 부동산은 단가가 매우 높은 자산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고, 반드시 신용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신용은 지역은행을 통해 만들어진다. 대형은행이 표준화된 심사 기준으로 대출을 찍어내는 반면, 지역은행은 해당 지역의 시세, 개발 동향, 차주의 이력을 직접 파악하며 관계 기반의 대출을 집행하기 때문이다. 부동산의 가치가 지역성에 뿌리를 두는 한, 지역은행은 그 지역성을 금융으로 전환하는 유일한 통로다.
문제는 이 통로가 막히고 있다는 데 있다. Tether(USDT), Circle(USDC) 같은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들은 Genius Act에 의해 준비금을 은행 예금이 아닌 미국 국채로 보유하기 때문에, 한번 빠져나간 예금은 은행 시스템으로 재순환되지 않는다. 여기에 기존에 적용되던 자본비율 규제와 레버리지 비율 요건이 묶여 있으면, 은행은 대출을 늘리고 싶어도 늘릴 수 없다. 이는 순이자마진 의존도가 높은 지역은행에 집중되고, 결과적으로 주택담보대출, 소기업 대출, 농업 대출이 위축된다.
이러한 맥락에 의해 Clarity Act는 단순 크립토에 대한 법안이 아닌, 기존 금융 시스템의 붕괴를 막기 위한 설계의 차원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미 2025년 7월 하원을 294 대 134의 초당파적 표결로 통과한 상태에서 상원 공화당 의원들이 지역은행 규제 완화 조항을 추가로 결합하려 하고 있다.
새로운 설계는 꽤 명확하다.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에 편입시켜 국채금리 안정화와 함께 글로벌 달러 유동성을 끌어오고, 지역은행의 자본 요건(CBLR 9% → 8%)을 완화해 대출 여력을 복원하며, 그 신용이 부동산이라는 담보 위에 안착하는 삼각 구조다.
중간선거 해의 상원 일정을 고려하면 실제로 남은 기간이 그렇게 많지 않다. 4월 말 전까지 어떤 결론이 하나 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역은행의 규제완화가 가져올 장기적인 금융구조에 대해서는 조금 우려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