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urage to confront myself
The will to win is important, but the will to prepare is vital.
- Manny Pacquiao
프랑스의 철학자 사르트르는 실존이 본질에 앞선다고 말한다. 같은 맥락에서 필리핀의 복싱 전설 매니 파퀴아오는 싸움에서 이기는 것 이상으로 자신에게 싸움을 걸 수 있는 용기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어쩌면 우리가 스스로 자신을 진정으로 정의할 수 있는 순간은 링 위에서 끝끝내 승리를 쟁취했을 때가 아닌, 링 위에 오르기로 선택하는 그 순간(the very moment)일지도 모른다.
그리스 신화 속 시지프스는 신들을 기만한 죄로 끝없이 바위를 산꼭대기로 밀어 올리는 형벌을 받는다. 정상에 다다르면 바위는 다시 아래로 굴러떨어지고, 시지프스는 다시 산 아래로 내려가 바위를 밀어 올려야만 한다. 영원히. 그러나 이 부조리한 반복 속 시지프스에게는 영원히 타오르는 실존이 있다. 그에게 산꼭대기에 도달하는 것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바위를 다시 밀어 올리기 위해 산 아래로 내려가는 그 순간, 그가 자신의 운명과 영원한 부조리를 인식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바위를 향해 천천히 내려 걸어가는 그 선택이야말로 진정한 실존적 의미를 갖는다.
카뮈는 시지프 신화에 대해 "시지프스는 행복하다"고 쓴다. 자신의 부조리한 운명을 받아들이면서도, 매번 다시 시작하기로 선택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자신의 본질로 녹여내지 않고, 이에 저항하며 스스로에게 반복적으로 싸움을 거는 사람은 바로 이 시지프스의 선택을 이해한 실존의 사람이다. 지금 하는 일들이 지금 생각하는 목적지로 나를 데려다 주지 못한다 하더라도 나는 여전히 아침에 일어나 안광이 지배를 철하며 돌을 밀어올릴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