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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itutional intelligence

institutional intelligence
Photo by Salvador Rios / Unsplash
"컴퓨터 시대는 어디서나 볼 수 있다. 생산성 통계를 제외하면."
— Robert Solow, New York Times Book Review, 1987

1987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Robert Solow는 뉴욕타임스 서평에서 한 문장을 던졌다. 컴퓨터는 이미 모든 곳에 있었지만, 생산성 지표 어디에서도 그 흔적을 찾을 수 없다는 관찰이었다. 이후 이 현상은 "Solow의 생산성 역설(Productivity Paradox)"이라는 이름으로 경제학의 고전적 퍼즐이 되었다. 197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미국의 IT 투자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지만,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오히려 1960년대의 연 3%대에서 1980년대 1%대로 추락했다. 기술은 진보했다. 그런데 그 진보가 어디로 갔는지 아무도 설명하지 못했다.

2026년인 지금, 역사는 정확히 같은 문장 구조로 반복되고 있다. Apollo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Torsten Slok은 최근 이렇게 썼다. "AI는 어디에나 있다. 고용 데이터, 생산성 데이터, 인플레이션 데이터를 제외하면." NBER이 올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 영국, 독일, 호주의 6,000명의 CEO와 CFO 중 거의 90%가 지난 3년간 AI가 고용이나 생산성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AI를 사용한다고 답한 경영진조차 주당 평균 사용 시간은 1.5시간에 불과했다.

Paul David's Historical Analogy

Stanford의 경제사학자 Paul David는 1990년, "The Dynamo and the Computer"라는 짧지만 기념비적인 논문을 발표했다. 그의 질문은 단순했다. 전기(electricity)라는 범용 기술(General Purpose Technology)이 발명된 후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기까지 왜 4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는가? 답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조직의 재설계에 있었다.

19세기 말의 공장은 증기 엔진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었다. 거대한 단일 동력원이 공장 전체의 기계를 구동했고, 벨트와 풀리 시스템을 통해 회전력이 전달되었다. 공장의 물리적 배치는 동력 전달의 논리를 따랐다. 어떤 기계가 증기 엔진에 가까운가가 공장 레이아웃을 결정했지, 생산 흐름의 논리가 결정한 것이 아니었다. 공장은 여러 층으로 쌓여야 했고, 위험했으며, 비효율적이었다.

전기가 처음 도입되었을 때, 공장주들은 증기 엔진을 그대로 뜯어내고 그 자리에 전기 모터를 얹었다. 기술은 교체되었지만 공장의 구조는 동일했다. 동력원만 바뀌었을 뿐, 공장은 여전히 증기 시대의 물리적 제약 안에서 작동했다. 결과적으로 30년 동안 전기화된 공장의 생산성 향상은 미미했다.

변화는 1920년대에 찾아왔다. 새로운 세대의 공장 관리자들이 "unit drive" 방식을 도입하면서다. 거대한 중앙 모터 하나 대신, 개별 기계마다 소형 전기 모터를 장착했다. 이 전환은 단순한 기술적 변화가 아니었다. 공장의 존재 방식 자체가 바뀌었다. 더 이상 동력 전달의 논리가 아니라 생산 흐름의 논리에 따라 기계를 배치할 수 있게 되었다. 다층 건물은 단층 조립 라인으로 대체되었고, 작업자는 자신의 모터를 필요에 따라 켜고 끌 수 있는 자율성을 갖게 되었다. 노동자의 채용, 교육, 급여 체계까지 모든 것이 함께 바뀌어야 했다.

이 전환이 대규모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수많은 종류의 새로운 산업 시설에서, 수많은 다른 장소에서 세부 사항을 해결해 나가며, 새로운 제조 접근법에 익숙한 공장 건축가와 전기 엔지니어의 경험 있는 인력 풀을 구축"해야 했다. 기술의 확산이 아니라 조직의 재발명이 병목이었던 것이다.

모터를 교체하는 것은 기술 도입이다. 공장을 재설계하는 것은 제도적 혁신(institutional innovation)이다. 전자는 몇 주 만에 가능하지만, 후자는 수십 년이 걸린다. 그리고 생산성은 언제나 후자에서만 발생한다.

Productive Individuals Don't Make Productive Firms

Hebbia의 창업자 George Sivulka가 최근 던진 명제는 이 역사적 패턴의 정확한 현대적 번역이다. "AI가 개인을 10배 더 생산적으로 만들었다. 그 결과 어떤 기업도 10배 더 가치 있어지지 않았다. 생산성은 어디로 갔는가?"

이 질문의 핵심은 개인 생산성과 조직 생산성 사이에 존재하는 근본적인 비대칭에 있다. 증기 엔진을 전기 모터로 교체했지만 공장의 구조를 바꾸지 않은 1890년대의 방직 공장처럼, 우리는 개인에게 ChatGPT를 쥐여주었지만 조직의 작동 방식은 그대로 두었다.

Sivulka는 "Individual AI"와 "Institutional AI"의 구분을 제안한다.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현재 AI 시장의 거의 모든 제품이 전자에 속하기 때문이다. Coding IDE, 챗봇, 개인 비서, 이미지 생성기. 이 도구들은 개인의 산출량을 극대화한다. 하지만 조직의 가치 창출 구조는 건드리지 않는다.

사고 실험을 하나 해보자. 내일 아침 조직의 인원을 두 배로 늘리되, 최고의 직원들을 복제한다고 가정하자. 각 복제된 직원은 미묘하게 다른 성향, 관점, 작업 방식을 가지고 있다. 이들의 수영 레인, OKR, 역할과 책임이 명확히 정의되지 않은 채로 배치된다면 어떻게 될까? 개인 단위로 보면 생산성이 높아졌을 수 있다. 하지만 수천 명의 에이전트(혹은 인간)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노를 젓고 있다면?

The Seven Pillars of Institutional Intelligence

개인 AI와 제도적 AI의 차이를 구성하는 핵심 축들을 하나씩 살펴보면, 왜 단순한 도구 도입이 조직적 가치 창출로 이어지지 않는지가 선명해진다.

첫째, 조율(Coordination)의 문제다.

개인 AI는 혼돈을 만든다. 제도적 AI는 조율을 만든다. 이것은 앞서 말한 복제 직원 사고 실험의 직접적 귀결이다. 에이전트 간의 역할 정의, 에이전트-인간 간의 커뮤니케이션 프로토콜, 에이전트가 창출하는 가치의 측정 방식. 이 모든 것이 설계되어야 한다. 소비 기반 과금(consumption-based pricing) 혼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둘째, 신호(Signal)의 문제다.

개인 AI는 소음을 만든다. 제도적 AI는 신호를 찾아낸다. 인간은 이제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생성할 수 있다. 에세이, 프레젠테이션, 스프레드시트, 사진, 영상, 음악, 웹사이트, 소프트웨어. 문제는 AI가 생성하는 것의 대부분이 "slop"이라는 점이다. 이 AI slop의 범람은 심각해서, 일부 조직은 과잉 대응으로 AI 산출물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gotham의 가치는 수많은 정보들 중 신호를 식별하고 미리 알려준다는데 있다

Private Equity의 세계를 생각해보자. 작년에 당신의 책상 위로 10개의 딜이 왔다면, 올해는 분기마다 50개의 기회가 올 것이다. 각각이 AI로 완벽하게 윤색되어 있고, 당신은 같은 시간 안에 진짜 하나를 찾아야 한다. 무언가를 생성하는 것은 더 이상 문제가 아니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소음 속에서 올바른 것을 찾아내는 것이 문제다.

셋째, 편향(Bias)의 문제다.

개인 AI는 편향을 강화한다. 제도적 AI는 객관성을 만든다. 파운데이션 모델 회사들이 RLHF를 통해 사회정치적 편향 문제를 우회한 결과, 모든 모델이 아첨꾼(sycophant)이 되었다. Claude의 반사적인 "전적으로 맞습니다(you're absolutely right!)"는 이미 밈이 되었다.

조직 내에서 가장 열렬한 AI 옹호자가 역사적으로 성과가 가장 낮은 직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라. 매일 긍정적 피드백을 거의 받지 못하는 직원에게, 곧 ASI가 그들에게 동의하기 시작할 것이다. "역사상 가장 똑똑한 지능이 나에게 동의한다. 내 매니저가 틀린 것이다." 이것은 도취적이다. 그리고 조직적으로 유독하다.

조직은 수천 년에 걸쳐 바로 이 문제에 대항하는 시스템을 진화시켜 왔다. 투자 위원회, 제3자 실사, 이사회, 삼권분립, 대의 민주주의. 미래의 가장 중요한 에이전트는 "예스맨"이 아니라 추론을 심문하고 위험을 표면화하며 기준을 강제하는 훈련된 "노맨"이 될 것이다.

넷째, 에지(Edge)의 문제다.

개인 AI는 사용량을 최적화한다. 제도적 AI는 우위를 최적화한다. 파운데이션 모델은 모든 사람과 모든 조직을 위해 경쟁하며 빠르게 역량을 확장한다. 하지만 클래식한 혁신자의 딜레마에서, 특정 응용 분야에서는 깊이가 언제나 넓이를 이긴다. Midjourney는 디자인 이미지에서 조금 앞서 있는 것이 자신의 존재 이유이고, ElevenLabs는 음성 모델에서 그렇다. 파운데이션 모델이 가까이 다가오더라도, 목적에 맞게 구축된(purpose-built) 솔루션이 집요하게 밀어붙이는 특정 우위가 경제적 결과를 좌우한다. 금융에서 이것은 더욱 극명하다. 어떤 역량이 보편화되는 순간, 그것은 정의상 시장을 이기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프론티어 기술이 1%의 틈새 우위를 제공한다면? 그 1%는 레버리지를 통해 수십억 달러의 결과로 전환될 수 있다.

다섯째, 결과(Outcomes)의 문제다.

개인 AI는 시간을 절약한다. 제도적 AI는 매출을 확장한다. Madrona Ventures의 Matt Volpi가 말했듯이, 어떤 CEO에게든 비용 절감과 매출 확장 중 첫 번째 우선순위를 물으면, 거의 모두가 매출이라고 답한다. 그런데 시장에 나온 거의 모든 AI 제품은 비용 절감을 약속한다. 시간을 아끼고, 적은 인원으로 더 많은 일을 하고, 인력을 대체한다. 제도적 AI는 상방(upside)을 전달해야 한다. 그리고 상방은 절약된 시간보다 훨씬 상품화하기 어렵다. M&A를 예로 들면, 개인 AI는 분석가가 모델을 더 빨리 만들도록 돕는다. 제도적 AI는 100개의 후보 중에서 추구할 가치가 있는 단 하나의 거래 상대방을 식별하고, 그 우주를 1,000개로 확장한다. 하나는 시간을 절약한다. 다른 하나는 매출을 창출한다.

여섯째, 활성화(Enablement)의 문제다.

개인 AI는 도구를 준다. 제도적 AI는 사용법을 보여준다. 인간은 변화에 저항한다. 뉴욕에는 아직도 신용카드를 받지 않는 성공적인 사업체가 있다. 돈을 잃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관성 안에 머문다. 마찬가지로, 일부 직원은 영원히 AI 사용을 거부할 것이다. 인간만의 조직에서 AI 우선 하이브리드 조직으로의 전환이 향후 10년의 결정적 과제가 될 것이며, 종종 조직의 가장 고위층이 가장 느리게 채택한다.

Palantir가 기술주 1조 달러 매도 속에서도 여전히 비정상적인 밸류에이션을 유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Palantir는 최초의 진정한 "프로세스 엔지니어링" 회사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프로세스 엔지니어링이라 부르든 "Claude skills files 작성"이라 부르든, 미래의 제도적 AI는 기업의 프로세스를 에이전트에 인코딩하고 그것을 실행에 옮기기 위한 변화 관리를 현실화하는 산업을 갖게 될 것이다.

시장이 온톨로지 그거 그냥 RDB 아니야? 라고 비아냥거리는 동안 팔란티어는 매 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내고 있다

일곱째, 비프롬프트(Unprompted)의 문제다.

개인 AI는 인간의 프롬프트에 응답한다. 제도적 AI는 프롬프트 없이 행동한다. AGI에게 프롬프트를 입력하는 것은 전기 모터를 역직기(power loom)에 연결하는 것과 같다. 조직의 공급망에서 가장 약한 고리, 즉 우리 인간에 의해 근본적으로 제약된다. 인간은 올바른 질문이 무엇인지조차 잘 모른다. AI가 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일은 아무도 요청하지 않은 일이다. 아무도 플래그하지 않은 리스크를 찾아내고,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거래 상대방을 발견하고, 아무도 존재를 몰랐던 영업 파이프라인을 식별하는 것.

Time to Redesign the Factory

Paul David의 연구가 보여주듯, 전기화의 완전한 생산성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전구 발명(1879년)으로부터 약 40년이 걸렸다. 1900년까지 전체 주거의 3%만이 전기 조명을 사용했고, 전기 모터는 공장 기계 구동의 5% 미만을 차지했다. 전등과 모터 보급률이 50%에 도달하여 생산성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은 1920년대였다.

테슬라의 해자는 제품이 아니라 "공장"에 있다.

기술은 가능성을 연다. 하지만 그 가능성을 현실화하는 것은 제도의 재설계다. 가장 먼저 전기를 도입한 공장이 아니라, 공장 바닥을 재설계한 곳이 이겼다. 개인 AI는 이 여정의 시작점이다. 세계의 대부분의 비즈니스가 AI의 변혁적 마법을 처음 경험하는 벡터가 될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가치 창출은 제도적 지능에서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