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on one, in-person, offline
주말에 가만히 책상에 앉아, 엔지니어가 아닌 공동창업자로 새롭게 쓰여지고 있는 내 정체성을 관조하는 것은 꽤 흥미로운 일이다. 아무래도 일을 하는 중에는 상자 안으로 완전히 들어가 몇몇 일들에 몰두하게 되다보니 내 하루의 흐름을 Bird View로 보는 것이 꽤 어려운데, 스스로에게 강제로 휴가를 부여한 주말 아침에는 커피 한잔을 마시며 이런 류의 관조를 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
여러 측면에서의 변화가 있겠지만, 이번 주에는 유난히도 1:1 이라는 주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된다. 어쩌다보니 공동창업자 두 명을 제외한 팀원 모두와 일주일에 한 번, 30분 정도의 시간을 내어 1:1을 하게 되었다. 이전에 엔지니어, 혹은 팀 리더로서 회사에서 일을 할 때에도 팀원들과 1:1을 했었지만, 몇 가지 부분에서 내가 무의식적으로 대화하는 방식이나, 대화 전후로 신경쓰는 것들이 많다는 것을 관찰하게 되었다.
frameworks
모두가 바쁘다. 그리고 모두가 성장하기를 원하고, 의미없는 반복 일정에 30분이라는 시간을 소비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말이 30분이지 앞뒤로 주어지는 버퍼를 고려하면 회사 차원에서는 꽤 많은 리소스를 사용하게 되는 셈이다. 모든 1:1이 높은 밀도로 업무에 대해 토론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 믿지만, 적어도 서로가 이 시간을 방황하거나 잠시 머리를 식히는 정도로 사용되지 않기를 바랐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인 기량이 아닌 시스템에 의존하는 것이 현명하다. 따라서 최소한의 프레임워크를 준비하고 이를 반복해 앞뒤로 주어지는 버퍼를 줄이고 바로 나누고자 하는 주제에 대한 이야기로 쉽게 넘어갈 수 있도록 했다.
- Destination
- 지난주 / 이번주 도달하려 했던 목적지는 어디였는가? (Goal)
- 그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 (Action)
-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한 행동들이 실제로 목적지로 이끌어 주었는가? 아니었다면 왜 그랬다고 생각하는가? (Feedback)
- Feelings & Conditions
-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는 어떠한가?
- 잠은 충분히 자고, 건강은 괜찮은가?
- 지난주를 돌아보았을 때, 어떤 감정이 드는가?
- Feedback
- 팀원에 대한 솔직한 피드백
- 개인적으로나 회사에서 지원이 필요한 것이 있는가?
bringing them outside the box
대화의 가장 중요한 목적 중 하나이다. 전제는 우리가 충분히 훌륭한 사람들을 채용했으며, 이들은 적절한 시기에 상자 밖으로 나오게 되면,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Destination에 대한 대화로 1:1을 시작하면서 가장 경계하게 것은 떠오르는 꽤 괜찮아보이는 답을 던지며 이 방향은 어때? 라고 제안하려 하거나, 교묘하게 특정 답으로 유도하는 방식으로로 대화를 끌고 가는 것이다.
상자 밖으로 꺼낸다는 것은 현재 활성화되어 있지 않지만 중요한 영역들이 있음을 환기시키며 조금더 메타(meta) 적인 영역으로 상황을 관조할 수 있게 돕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좋은 질문을 던지고, 답을 기대하지 않는 방식으로 대화를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답을 내는 것이 핵심이 아닌 영역을 이동하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근데 너 지금 어디로 가고 있어?", "지금 가고 있는게 그 목적지가 맞지?" 정도면 충분하다 믿는다.
목적지를 정의하고, 목적지로 향하기 위한 액션을 스스로 정의할 수 있다면, 그 액션에 대한 평가는 한 두 번의 메타인지로 쉽게 할 수 있다.
what they feel matters
감정은 그 정의상 비이성적이라는 특성 때문에 많이 간과되지만, 역설적으로 인간이 비이성적인 것에 크게 좌우받는 동물이기 때문에 중요한 요소이다. 따라서 1:1때 반드시 이 감정에 대해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신 감정을 드러내는 방식이 너무 이성적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감정은 그것에 이름을 붙이는 순간 형질이 변화하고 그것에 대해 어떤 행동을 취할 수 있게 되는 신비한 특성을 가졌다. 비이성적인 요소라는 이유로 알 수 없는 답답함과 우울감이 있을 때, 이것을 "답답하다", "우울하다"라고 이름붙이고 대화 테이블에 꺼내는 순간 그 답답함이 어디로부터 비롯된 것인지를 이야기할 수 있게 되고, 테이블에 이름이 붙여져 꺼내지는 순간, 그 감정의 지배력이 상당 부분 약화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감정은 절대 사사롭지 않다. 인간은 알수 없는 자신감이 지배해서 큰일을 벌리기도 하고, 분노에 가득차서 해서는 안되는 일을 하기도 한다. 따라서 1:1에서 감정에 대해 내가 하는 일은, 상대방의 감정에 대해 묻고, 그것에 대해 평가하지 않으며, 상대방이 그 감정에 대해 이름을 붙여 조심스럽게 테이블 위로 꺼내도록 하는 것이 전부이다.
Comment
팀원들을 만나 1:1로, 직접 만나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을 개인적으로는 과분한 특권이라 느낀다. 개개인들의 이 회사 안에서의 시간이 60년 후, 70년 후 돌아보았을 때, 반짝였던 별과 같은 순간으로 기억되기를 진심으로 희망하며 주마다 돌아오는 1:1이 거기에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메타인지의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