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min read

portfolio updates

portfolio updates
Photo by Patrick Weissenberger / Unsplash

블로그를 옮긴 이후 포트폴리오를 업데이트한 적이 없는 것 같아 오랜만에 한번 포트폴리오 근황을 업데이트해본다. 사업을 시작하며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큰 리스크를 지고 있기 때문에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헷지 수단을 마련할 책임을 느낀다. 다행히도 꽤 오래 전부터 다양한 자산들을 섞어가며 자산 관리를 해 왔고, 덕분에 한쪽으로 크게 리스크를 지며 Skin in the game 할 수 있는 상황이 마련되었다.

좋아해 마지않는 철학인 Angifragility의 핵심은 하방을 어느 정도 방어한 상태에서 상방이 열려있는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른 시점에 시작한 적절한 자산관리는 20대를 지나는 개인에게 상방이 크게 열려있는 선택을 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아내와는 결혼하기 전 작년 5월부터 자산을 완전히 합쳤다. 그 이후 아내와 매달 말 즈음에 부채를 포함해서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목록을 시트에 정리하고 증감과 보유항목별 비중을 관리하고 향후 방향성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이때, 전체 자산에 대한 한판그리기는 통제감을 주고 추세에 대한 인지와 방향성 설정을 용이하게 한다.

Stocks

자산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나 해외주식이다. 처음부터 비중이 높았던 건 아니었지만, 투자를 시작한 후 6년 동안 꾸준히 우상향 해온 미국 시장과, 만루 홈런을 넘어 텐베거를 바라보는 몇 가지 종목들로 인해 비중이 꽤 높아졌다.(사실 6년 전 S&P500에 투자를 한 뒤 한번도 팔지 않았다면 지금 수익율이 150%가 넘으니 절대적인 수익률보다는 이를 감안한 상대적 수익율로 계산하는 것이 조금 더 합리적이긴 하다.) 지난 6년간 인도, 싱가포르, 일본에 대한 몇 번의 시도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투자를 미국 주식에 해왔었고, 현재도 미국 개별 기업들의 주식만을 보유하고 있다. 25년 8월 기준 전체 자산의 7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지금까지 투자 종목을 고르는 기준은 재무 안전성이나 매출 규모보다는 얼마나 내가 흥미있어하는 서사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업인가로 정해졌다. 개인적으로 개별 종목을 투자하는데 있어서 서사는 상방을 열어주고 재무 안정성이나 현금 흐름, 매출 규모와 같은 지표들은 하방을 지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생각한다. 매번 모든 종목들의 소식을 팔로업하고, 어닝 서프라이즈나 어닝 쇼크를 체크할 여력이 없다는 한계가 더해져서 편향이 생긴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정보들은 오히려 X Community를 통해 나중에 접하고, 큰 흐름에서의 서사를 파악하려 한다.

어차피 지금 당장 나에게 큰 규모의 현금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큰 서사는 긴 시간이 걸리며, 개인투자자로서 이를 기다릴 충분한 여유가 있으니 미래를 바라보는 시야를 기를 겸 큰 서사들을 이리저리 그려가며 몇 가지 종목을 그저 보유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보유하고 있는 종목은 총 3개이다.

  • Palantir($PLTR)
  • Tesla($TSLA)
  • Satellogic($SATL)

각 종목에 대해 조금 더 상세하게 다룰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팔란티어는 2020년 투자를 시작한 처음부터 미국과 중국과의 전쟁을 염두에 두고 투자를 시작했던 기업이다. 바이오든, IT기술이든 인류의 미래를 바꾸는 큰 발전들은 세계가 그렇게 기억하고 싶은지 아닌지와 상관없이 전쟁을 통해 촉발되었다. 개인적으로 현 미국의 막대한 채무가 드러내듯, 자유무역 시장의 모순이 축적되어 가는 현 상황과, 중국의 도광양회 전략이 막바지에 달하고 이제는 공공연히 미국을 향해 이빨을 드러내고 있는 현 시점에서 가까운 시일내의 전쟁은 불가피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것이 물리적 충돌이든, 워게임을 통한 지피지기로 끝나는 형태이든) 전쟁 자체도 문제지만, 현재의 자유무역 시장의 모순이 붕괴하면 미국은 재산업화가 반드시 필요하고, 재산업화에 필요한 시간이 그리 많이 주어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살아남기 위해 소프트웨어를 도입해야 하는 시점이 다가올 것인데, 팔란티어가 그 서사에 맞는 기업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테슬라는 4년째 주가가 지지부진 한 것 같지만, 그 사이에 자율주행이 완성되었고, 로보 택시가 출시되었으며, 메가팩의 수요가 급진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옵티머스는 혼자 춤을 추고 있다. 전기 자동차라는 하나의 제품을 만들기 위한 수직 통합을 넘어 Autonomous world가 동작하기 위한 전기부터 소비재까지 모든 걸 수직통합할 기세다. 다루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지만, 별도의 글로 다루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앞으로 몇 년 동안은 주가 차원에서는 더 지지부진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 마음을 조금 더 여유롭게 갖고 개인적으로도 수량을 아주 조금씩 늘려가기만 하고 매도하지는 않고 있다. 좀 더 가까이에서 인류 역사상 가장 훌륭한 기업이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는 모든 규제나 장애물들을 정면돌파하는 과정을 생생히 지켜보고 싶다.

세틀로직은 단 두가지 키워드로부터 서사를 만들었고, 서사에 살을 붙여나가는 중이다. "미국 방장맵", 그리고 "수직 통합"이다. 새로운 시대에서는 인간뿐 아니라 인간이 아닌 것들을 위해서 더 많은 지도가 필요하다. 시장 자체도 커질 것이라 생각하지만, 세틀로직이 그 시장 자체에서 매력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다만 하방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관망세에 가까운 정도로만 가지고 있다.

서사를 만들어내는 능력은 새로운 시대에도 여전히, 훨씬 더 유용할 것이라 본다. 훌륭한 기업들에 투자하는 것은 금전적 보상뿐 아니라 이러한 능력을 가장 효과적으로 기를 수 있게 도와준다.

Bitcoin

어느새 돌아보니 비트코인을 꽤 많이 보유하게 되었다. 현 시점 전체 자산의 20% 정도다. 올해 들어서는 아내와 경제공부를 Skin in the game의 관점에서 할 겸, 부채를 조금 끌어다 올해 초 비트코인을 정수개 매입했다. 점점 비트코인이 제도권으로 편입되어가고 있는 지금 이 시점에서 수익율은 40% 정도로 꽤 괜찮은 편이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성장주에 비해서는 아쉽지만 디지털 금이라 생각하고 투자한 것과, 레버리지를 조금 꼈다는 걸 포함하면)

개인적으로 비트코인이 미국 달러(Fiat)를 대체할 것이라고 믿진 않는다. 발행량이 정해져있는 것, 많은 기관투자사들이 들고 있는 것, 탈중앙화인 것등의 매력은 있지만, 달러가 오래 살아남은 것에는 이유가 있다. 그리고 안티프래질의 철학은 절대 오래 살아남은 것들의 저력을 무시하지 말라는 교훈을 준다. 비트코인이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된다면 아마 Fiat의 가치를 보장하는 수단으로서 그 지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즉,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그 수량을 늘려가고 있는 것도 비트코인이 달러를 대체할 것이라는 확신에서 오는 것이라기보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달러가 건재할 것임을 믿기 때문이기도 하다. 달러가 여전히 유의미한 기축통화로서 자리하고, 동시에 발행량이 정부의 필요에 의해 계속해서 늘어나는 지금의 그림이라면 일종의 디지털 금으로 자리하고 있는 발행량이 제한된, 그러나 기관들과 국가단위로 인정받아가는 자산인 비트코인은 상대적 가치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재밌는 표현을 빌리자면, Fiat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앞으로 내 멘탈 모델에서 내 자산 가치를 측정하는 주요 수단이 될 것이다. 어떤 나라에서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어떤 화폐가 필요하다면 비트코인을 팔아 그 화폐를 재화로서 구매하게 되는 것이다.

Silver

2018년 구매한 은덩어리 (1kg짜리 현물) 몇 개를 여전히 들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팔기 귀찮아서이고, 귀찮기 때문에 아직 팔지 못했기 때문이다. kg당 100만원 정도에 샀던 것 같은데, 같은 무게를 한국 금거래소에서 새로 구매하려 하면 200만원 언저리를 오가는 걸 보면, 액면가 기준으로 손해를 본 것은 아니다.

다만 돌아보면 실질적으로 그리 좋은 투자처는 아니었던 것 같다. 대한민국에서 은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은은 정말 환전성이 떨어진다. 금은 g단위로 증권의 형태로 거래할 수 있는 반면, 은은 실물로밖에 거래가 안되다보니 당근으로 거래하거나, 지인들을 통해 알음알음 판매해야 한다. 게다가 진공 포장이 뜯어지면..! 산화가 되어 구석이 시커맣게 변한다. 이러면 지인에게 팔기도 귀찮아진다.

수익률을 놓고 본다면 은은 아쉬운 투자이기는 하지만, 20대 시절에 금과 은을 현물로 투자할 수 있게 된건 나에게는 큰 행운이었다. 은은 주식을 시작하기도 전에 구매했던 나의 첫 자산투자이자 첫 실물자산 투자이다. 실제로 눈 앞에서 번쩍이는 1kg짜리 은덩어리를 보았을 때의 감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번쩍이는 희귀 광물을 눈 앞에 보고 있노라면 화폐란 무엇이며, 탐욕이라는 것이 어떻게 생기게 되는지, 왜 그토록 중세 사람들이 귀금속에 집착했는지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돈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해주었던 유익한 투자였다.

Fiat

법정 화폐는, 특히 원화(KRW)는 언제나 3개월 내에 필요한 만큼만 최소한으로만 들고 있으려 한다. 수치상으로는 자산의 1%내외다. 비상금 명목이고, 그마저도 그 이상이 필요할때는 비트코인을 팔아 원화를 구매해 충당한다. 유의미한 금액의 법정화폐를 보유해야 한다면, 아무래도 물가 상승률을 어느 정도 상쇄해주는 채권의 형태로 가지고 있겠지만, 그렇게 유의미한 금액이 아니다보니 즉시성, 환전성에 의해 그냥 예금의 형태로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신용 사회가 계속되는 한, 앞으로도 Fiat는 최소한으로만 보유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관점에서 아내와 Fiat 보유에 대해 꽤 많은 이야기를 나눴었는데, 적극적으로 동의해준 것에 대해 크게 감사한다.

Time

최근 들어 가장 많은 고민을 하고, 가장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자산이다. 시간은 지금 시점에서 내가 갖고 있는 자산 중 가장 낮은 할인율이 적용되는 자산이다. 즉 보유하고 있으면 있을수록 나중에 그 가치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그 가치가 커지는 자산인 것이다.

나의 젊음, 나의 시간을 화폐로 간주하고 내가 보유한 다른 화폐들과 비교해보았을 때, 일을 하는 것은 시간(Time)을 팔아 다른 화폐(Fiat)와 경험(Experience)를 사는 것이며, 소비를 하는 것은 시간(Time)과 다른 화폐(Fiat)을 팔아 경험(Experience)를 사는 것이다. 즉 시간은 인간이 가진 가장 근본적인 화폐이며, 이 화폐를 어떻게 배분하고 투자하느냐에 따라 누적되는 경험과, 이 시간이라는 화폐의 배분 능력이 달라진다.

현재 나는 이 시간이라는 자산을 팔아 유의미한 경험들을 사고 있고, 이 유의미한 경험들이 가까운 미래에 내 시간이라는 자산을 덜 소비하고 더 유의미한 경험들을 살 수 있도록 일종의 긍정 순환 고리를 만들려 하고 있다. 이를테면 밤낮없이 한가지 목표에 몰두하면서 내가 벌인 일들에 책임을 지고 Skin in the game 하는 일. 아내와 갑작스레 멀리 떠나 전혀 해본 적 없는 일들을 하며, 전혀 만나보지 못했던 사람들을 만나는 일들이다.

삶을 살아가는 일을 시간을 소비해 경험을 사는 일이라 생각하면, 삶을 잘 산다는 것의 한 축을 같은 시간을 소비해 더 값진 경험들을 사는 것이라 볼 수도 있겠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금 내가 시간을 소비해 사고 있는 것들이 가까운 미래에 더 값진 것들을 살 수 있기를 기대한다.

Comment

정말 솔직한 마음으로는 나라는 사람의 그릇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부를 가지기를 원한다. 수치적으로 기입되는 부가 늘어났을 때, 내 자신 자체가 그 만큼의 부를 감당할 수 없는 그릇의 크기를 가진 사람이라면, 그 부가 나의 인생을 따라다니며 괴롭힐 것 같다는 직감이 있다.

물론 순간순간 나의 부와 그릇의 크기가 불일치하는 지점이 존재하며, 경험상 부가 오랜시간 정체하다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지점을 맞이하면서 증가하는 형태를 띄기에, 오랜 시간 정체하는 기간을 지나며 내 그릇의 크기가 항상 먼저 커지고, 그 뒤에야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부를 담아낼 수 있기를 바란다. 세상을 떠날 때는 손바닥을 활짝 편채로 가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