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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ed's dilemma

the fed's dilemma
연준 기반의 금융 시스템은 스스로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있다.

이는 세월이 누적되어 만들어진 현대 금융 체계의 정밀한 구조적 모순을 가리킨다. 수십 년간 쌓여온 천문학적인 국가 부채와, 이를 떠받치기 위해 비대해진 유동성 공급 메커니즘이 이제 어느 쪽으로든 압력을 받으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 부채를 감당할 수 없게 되고, 부채를 유지하기 위해 금리를 내리면 인플레이션이 통제 불능 상태가 된다. 우리가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를 이해하려면, 역사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The Birth and Death of Constraints

1913년 금융 패닉 이후 설립된 연방준비제도는 "금본위제"라는 근본적인 제약 아래에서 작동했다. 달러의 가치는 금에 고정되어 있었고, 통화량은 금고에 쌓인 금의 양으로 제한되었다. 연준은 일시적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는 은행들에게 자금을 빌려줄 수 있었지만, 마음대로 돈을 찍어낼 수는 없었다. 시스템에는 내장된 브레이크가 있었다.

이 브레이크는 1971년 8월 15일, 더 이상 달러를 금으로 교환해주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닉슨 쇼크와 함께 제거되었다. 베트남 전쟁과 미국 내 "the Great Society Program" 으로 인한 사회 비용 지출 때문에 미국은 보유한 금의 양 이상의 달러를 찍어냈고, 프랑스와 같은 달러 보유국들이 보유한 달러를 금으로 바꿔달라고 요구하자 미국의 금 보유고가 바닥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때부터 달러는 불태환 화폐가 되었고, 오직 정부의 신용과 법적 권한에 의존하게 되었다. 금이라는 닻이 사라지자, 부채는 이론적으로 무한정 늘어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Fed Put", 즉 시장이 하락할 때마다 중앙은행이 개입하여 금리를 내리고 유동성을 공급해줄 것이라는 암묵적 약속의 경제적 기반을 마련했고, 지금의 예측가능한 연준과 월 스트리트 간의 끈끈한 유대를 형성했다. 당연하게도, 이는 전형적인 도덕적 해이를 낳았는데, 연준이 자신들의 추락을 받쳐줄 것을 알게 된 월가가 더 큰 리스크를 감수하고 더 많은 레버리지를 사용하는 식으로 부를 축적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시스템의 무게는 정부 부채 뿐 아니라 민간 부문, 특히 금융 부문의 막대한 레버리지까지 포함하게 되었다.

The Transformation and The Plumbing

2008년 금융위기는 연준의 작동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금리를 0%까지 내렸는데도 경제가 회복되지 않자, 벤 버냉키 의장은 양적 완화(QE)를 도입했다. 연준이 은행들로부터 국채와 주택저당증권을 직접 매입하고, 그 대가로 은행 계좌에 새로 만든 지급준비금을 꽂아주는 방식이었다.

결과는 폭발적인 대차대조표 확장이었다. 2008년 이전 8천억 달러였던 자산 규모는 2014년 4조 5천억 달러로, 그리고 코로나 팬데믹 이후인 2022년에는 9조 달러에 육박했다.

이 과정에서 "풍부한 지급준비금(ample reserves)'" 체제가 만들어졌다. 2008년 이전에는 은행들이 희소한 지급준비금을 신중하게 관리하며 매일매일 유동성을 조절해야 했다. QE 이후에는 시스템 전체가 지급준비금으로 넘쳐났다. 은행들은 더 이상 현금 부족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증시는 지속적으로 성장했고, 미국 불패 신화와 S&P500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이 만들어졌다.

Fiscal Dominance

미국은 겉으로 보기에는 성장을 지속하고 있지만, 시스템의 취약성은 이에 대해 지수적으로 커지고 있다. 증시는 계속해서 오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미국은 이제 정부 부채가 너무 커져서 통화 정책을 제약하는 명백한 "재정 우위(fiscal dominance)" 상태에 빠져 있다.

정상적인 경제에서 중앙은행은 단기적 고통을 감수하더라도 금리를 올려 인플레이션을 통제한다. 하지만 재정 우위 체제에서는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릴 수 없다. 금리를 올리면 정부가 파산 위기에 처하기 때문이다. 부채의 이자 지급이 감당 불가능해진다.

구체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죽음의 소용돌이(Death Spiral)은 이렇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린다. 정부의 이자 지급액이 폭발한다. 지금은 국방비를 초과했다. 이자를 갚기 위해 정부는 또다시 국채를 발행한다. 국채 공급이 늘어나니 가격이 떨어지고 금리는 더 오른다. 그러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지만, 상황은 더 악화된다. 올해 미국 정부는 국채 이자로 1조 달러 이상을 지급해야 하고, 그 이자는 또다시 빚으로 충당되어야 한다.

이 불안정한 구조를 연준은 월가의 투기적 행위를 보조금을 지원하면서 틀어막고 있다. 베이시스 트레이드(basis trade)를 라고 불리는 것을 통해서다.

헤지펀드들은 국채 현물을 사는 동시에 국채 선물을 팔아서, 둘 사이의 미세한 가격 차이로 수익을 낸다. 수익률은 극히 미미하기 때문에, 헤지펀드들은 극단적인 레버리지를 사용한다. 레포 시장에서 자기 자본의 50배, 100배를 빌려서 거래 규모를 키우는 것이다.

미 국채의 매력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연준은 프라이머리 딜러인 은행들이 자본 규제 때문에 더 이상 국채를 보유할 수 없을 때,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이 헤지펀드들이 국채를 사줘야만 한다. 그래서 레포 펀딩 금리를 낮게 유지해서 이런 레버리지를 가능하게 해야 하는 압박을 받는다.

문제는 이것이 시스템적 취약성을 만든다는 것이다. 레포 금리가 급등하면 레버리지를 일으킨 포지션들이 재앙적으로 청산된다. 하지만 연준의 현재 시스템은 누군가가 계속 국채를 사주어야 유지되기 때문에 이를 위해 금리를 낮게 유지할 수 밖에 없다. 즉 중앙은행은 사실상 투기를 보조금으로 지원하면서 정부 부채 위기를 막고 있는 것이다.

2023년 3월 실리콘밸리은행 붕괴는 이를 드러낸 예시다. SVB는 "안전한" 국채에 고객 예금을 투자했다. 연준이 금리를 올리자 국채 가격이 폭락했고, SVB는 손실을 입었다. 예금자들이 뱅크런을 일으키자, 연준은 FDIC 한도와 상관없이 모든 예금을 보호해주었다. 명확한 신호였다. 국채로 인한 손실은 보전해주겠다는 것이었다. 이는 더 많은 리스크 감수와 레버리지를 부추겼다.

The Impossible Trilemma

2025년 현재 연준은 트릴레마에 직면해 있다. 셋 중 둘만 선택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 통제를 위한 고금리, 금융 안정성을 위한 저금리, 그리고 정부 부채 유지를 위한 저금리. 현실은 셋 다를 요구하지만, 수학적으로 불가능하다.

연준이 금리를 높게 유지하면 정부 이자 비용은 감당 불가능해진다. 취약한 금융 기관들이 무너진다. 지방 은행, 상업용 부동산 부문이 그렇다. 신용 경색과 잠재적 불황이 온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은 통제된다.

연준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내리면 정부 부채는 관리 가능해진다. 금융 시스템은 안정된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재점화된다. 잠재적으로 두 자릿수로 치솟을 수 있다. 통화 가치 하락이 가속화된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금융 억압이다. 연준이 수익률 곡선 통제를 실행해서, 국채 금리에 임의의 상한선을 정하는 것이다. 연준이 그 상한선을 지키기 위해 무제한으로 채권을 사들이겠다고 약속한다. 막대한 통화 발행이 뒤따른다. 인플레이션이 실질 부채를 갉아먹지만, 저축과 구매력도 파괴한다. 2차 세계대전 직후 1940년대의 정책과 비슷한 방식이다.

2025년을 특히 위태롭게 만드는 것은 2조 5천억 달러 규모의 유동성 공급 탱크인 역레포(RRP) 잔고가 이제 사실상 비었다는 점이다. 2년 동안 중앙은행의 역레포 잔고는 은행의 지급준비금에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면서 국채 발행을 흡수했다. 이제는 그 안전 밸브조차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 발행되는 모든 국채는 은행의 지급준비금과 직접 경쟁해야 한다. 지급준비금이 은행들이 일상적 운영에 필요한 최소 수준에 가까워지면, 우리는 위험한 영역에 들어간다. 은행들은 대출하기보다 현금을 비축할 것이다. 신용이 얼어붙고 더 심각하게는 부분지급준비제도 전체가 멈춰설 수 있다.

매번 연준은 유동성으로 개입했다. 하지만 개입할 때마다 더 많은 돈이, 더 낮은 금리가, 더 많은 도덕적 해이가 필요했다. 시스템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점점 더 많은 용량의 약이 필요한 것이다.

앞으로 가장 가능성 있는 경로는 금융 억압과 간헐적 위기의 결합이라 느낀다. 연준은 명목 금리를 중간 수준으로 유지하려 할 것이다.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게. 2% 목표보다 높은 인플레이션을 용인할 것이다. 주기적인 유동성 위기 때마다 강력하게 개입할 것이다. 그리고 공식적으로 그렇게 부르지는 않으면서 서서히 수익률 곡선 통제를 실행할 것이다.

이는 저축의 실질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될 것임을 의미한다. 인플레이션이 이자율을 초과한다. 자산 가격은 변동성이 클 것이다. 위기와 구제 사이를 오간다. 달러 가치 하락이 가속화될 것이다. 실물 재화 대비, 그리고 어쩌면 대안 통화 대비로. 부채 부담은 인플레이션으로 녹여질 것이다. 하지만 그 대가는 사회적, 경제적 혼란이다.

우리는 2008년 위기를 빚으로 해결했고, 코로나19를 위해 더 많은 빚을 냈다. 이제 누적된 부채는 고금리에서 시스템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무거워졌다. 금본위제가 끝난 이후 지난 50년간 구축되어 온 금융 구조는 이제 구조적 한계에 도달했다. 맹목적으로 믿고 있는 금융 자본에 대한 신뢰를 다시 한번 점검해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