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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onneborn model

the sonneborn model
Photo by Boshoku / Unsplash
"You don't seem to realize what business you're in. You're not in the burger business. You're in the real estate business"
- Harry J. Sonneborn, McDonalds

사업은 그것을 운영하는 사람이 어떤 언어로 그것을 정의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형태로 진화한다.

해리 소네본은 맥도날드를 "햄버거 회사"가 아니라 "부동산 회사"로 정의했고, 2024년 재무제표에서 이 언어적 선택의 결과를 여실히 확인할 수 있다. 맥도날드는 "유명한 햄버거 회사"라는 직관과는 다르게 전체 매출 중 약 40%가 부동산 임대료에서 발생한다. 더 놀라운 숫자는 영업이익 구조에 있다. 햄버거를 직접 파는 직영점의 마진율이 15~18%에 그치는 반면, 가맹점으로부터 임대료와 로열티를 수취하는 부문의 마진율은 82~84%에 달한다. 결과적으로 맥도날드 전체 영업이익의 약 90%는 부동산에서 나온다.

The only reason we sell fifteen-cent hamburgers is because they are the greatest producer of revenue, from which our tenants can pay us our rent.”

맥도날드가 스스로를 “햄버거 회사”로 정의했다면, 레시피 개발, 식자재 공급망, 매장 직원 교육 같은 영역이 자연스럽게 핵심 역량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소네본에 의해 "부동산 회사"로 정의된 후, 일일 차량 통행량 3만 대 이상인 교차로를 골라내는 능력, 신호등 코너 중에서도 우회전 진입이 가능한 하드 코너를 가려내는 능력, 5년 안에 지하철역이 생기거나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설 지역을 미리 읽어내는 능력 같은 것들이 맥도날드의 핵심 역량이 되었다.

실제로 맥도날드 미국 본사에는 60명 넘는 부동산 전문가 팀이 있고, 이들은 내부 점수표로 모든 후보지를 0점에서 1,000점까지 매긴다. 교통량 300점, 코너 입지 200점, 가시성과 접근성 150점, 인구·소득 수준 200점, 향후 개발 호재 100점, 토지가격 적정성 50점과 같이 점수를 배분하고, 800점이 넘으면 곧바로 매입을 추진하며 700점 미만이면 아무리 싸도 거절한다.​

The Architecture of Control

프랜차이즈 비즈니스의 근본 딜레마는 통제다. 본사는 브랜드 가치를 지키기 위해 표준화된 품질을 요구하고, 가맹점주는 독립 사업자로서 자기 방식대로 운영하고 싶어 한다.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본사는 계약서와 매뉴얼, 정기 점검으로 이 긴장을 관리하려 한다. 맥도날드를 부동산 회사로 정의한 소네본이 택한 해법은 전혀 달랐다. 본사가 건물주가 되는 것이다.​

맥도날드 본사가 토지를 매입하거나 장기 임차한 뒤 가맹점주에게 다시 임대하는 구조에서는, 가맹점주는 두 가지 계약에 동시에 묶인다. 프랜차이즈 계약과 임대차 계약이다. 본사의 운영 기준을 따르지 않으면 프랜차이즈 계약 해지뿐 아니라 임대차 계약 해지를 통해 매장에서 퇴거시킬 수 있다. 부동산은 품질 관리를 강제하는 가장 강력한 레버리지가 된다.​

이 통제력은 숫자로도 표현된다. 맥도날드가 가맹점주에게 부과하는 임대료는 단순한 고정 월세가 아니라 “기본 임대료와 매출 연동 임대료 중 더 큰 금액”이라는 공식으로 결정된다. 기본 임대료는 본사가 투입한 자본에 대한 목표 수익률로 산출되고, 매출 연동 임대료는 매장 월매출의 8.5%에서 15% 사이에서 정해진다. 장사가 잘될수록 임대료도 함께 올라가고, 인플레이션으로 햄버거 가격이 오르면 매출과 임대료 수입 역시 자동으로 인플레이션을 헤지하며 상승한다.​

“우리는 햄버거 회사입니다”와 “우리는 부동산 회사입니다”라는 두 문장의 차이는 결국 이런 계약 구조의 차이로 구체화된다.​

Valuation as Linguistic Consequence

상업용 부동산의 가치는 순영업이익(NOI)을 자본환원율(Cap Rate)로 나누어 계산한다. 맥도날드가 입점한 건물에는 여기에 특수한 프리미엄이 붙는다. 맥도날드는 글로벌 신용등급이 높고 폐점률이 극히 낮아, 부동산 시장에서 국채에 가까운 안전자산으로 취급된다. 일반 상가의 Cap Rate가 5~6%라면, 맥도날드가 들어선 건물에는 3.5~4.5% 수준의 더 낮은 Cap Rate가 적용된다. Cap Rate가 낮을수록 같은 임대료 수입으로 책정되는 건물 가치는 높아진다.​

간단한 시뮬레이션을 해보자. 맥도날드 본사가 30억 원을 투자해 드라이브스루 매장을 하나 짓고, 이 매장이 연매출 40억 원을 올린다고 가정한다. 임대료를 매출의 15%로 설정하면 연간 임대료 수입은 6억 원이다. 트리플 넷 리스 구조에서는 세금, 보험, 유지보수 비용을 가맹점주가 부담하기 때문에 이 6억 원이 거의 그대로 순수익이 된다. 여기에 4% Cap Rate를 적용하면 건물의 시장 가치는 150억 원으로 평가된다. 30억 원을 투자해 150억 원짜리 자산을 만들어낸 셈이다.​

그렇다면 120억 원의 차익은 햄버거에서 나온 것일까, 부동산에서 나온 것일까. 맥도날드는 햄버거를 매개로 부동산 가치를 만들어내는 시스템을 설계했다. 그리고 그 설계는 소네본이 맥도날드의 정체성을 전혀 다른 언어로 다시 정의한 순간부터 시작되었다.

The Leader as Narrator

리더십의 핵심 역할 중 하나는 조직이 스스로를 어떻게 정의하느냐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 정의는 조직의 모든 의사결정에 침투하는 언어적 프레임이다. 맥도날드가 "부동산 회사"로 정의된 순간, 신입 사원 채용 공고의 요건이 바뀌고, 이사회에서 검토하는 KPI가 바뀌고, 가맹점주 계약서의 조항이 바뀐다.

결국 비즈니스 모델이란 리더가 사업의 본질을 설명하기 위해 선택한 언어의 체계다. 그리고 그 언어는 단순히 사업을 묘사하는 것을 넘어 사업을 구성한다. 맥도날드가 햄버거 회사가 아니라 부동산 회사인 이유는 맥도날드가 원래 그랬기 때문이 아니다. 소네본과 크록이 그렇게 정의했고, 그 정의에 맞게 모든 것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당신은 당신이 부르는 이름 그대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