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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re are more cockroaches

there are more cockroaches
Photo by Markus Kammermann / Unsplash

2026년 2월 25일, JP모건 CEO 제이미 다이먼이 투자자들 앞에서 2008년을 꺼냈다.

Unfortunately, we did see this in '05, '06 and '07, almost the same thing:
the rising tide was lifting all boats, everyone was making a lot of money.

그리고 이 말을 덧붙였다.

"I see a couple people doing some dumb things"

다이먼의 경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4년 10월에도 같은 비유를 썼다. "바퀴벌레 한 마리가 보이면 더 있다는 거다." 그때 그가 보고 있던 것은 서브프라임 자동차 대출사 트라이컬러의 담보 사기였고, 자동차 부품사 퍼스트 브랜즈의 숨겨진 3조 3천억 원짜리 부채였다.

이 경고를 흘려넘기면 안 된다. 다이먼은 2008년 베어스턴스를 구했던 사람이다. 금융 시스템이 무너지는 것을 가장 가까이에서 목격한 사람이 지금 시장을 보며 그때를 떠올린다는 것 자체가 신호다. 그리고 그가 바퀴벌레 비유를 꺼낸 이후 5개월 동안 벌어진 일들은 그의 직감이 정확했음을 증명한다. 뉴스에서 추상적으로 떠들어대는 "AI 버블" 이라고 하는 것의 실체는 AI가 아닌, 과도한 레버리지가 떠받치고 있는 "프래질한" 구조다. 버블이 붕괴하면 이 구조부터 무너지기 시작한다.

The Money That Couldn't Leave

블루 올(Blue Owl) 사태를 이해하려면 사모신용 펀드라는 것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구조는 이렇다. 블루 올 같은 운용사가 개인 투자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돈을 맡기면 연 10% 이상의 수익을 드립니다. 분기마다 최대 5%까지 빼실 수 있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은행 예금보다 수익이 훨씬 높고, 분기마다 뺄 수도 있으니 나쁘지 않은 조건이다. 돈이 몰린다.

운용사는 그 돈을 가지고 기업들에게 빌려준다. 은행이라면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야 할 대출을 사모신용 펀드가 대신 해주는 것이다. 은행보다 금리를 높게 받으니 수익이 좋고, 그 수익의 일부를 투자자에게 돌려준다. 남는 것은 운용사의 수수료다.

이 구조가 잘 돌아가려면 한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돈을 빼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펀드가 기업에 빌려준 돈은 당장 회수할 수 없다. 만기가 있고, 중간에 돌려받으려면 큰 할인을 감수해야 한다. 그래서 "분기당 최대 5%만 환매 가능"이라는 규칙을 건다. 평소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소수만 빼가니까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문제는 모두가 동시에 겁먹을 때 벌어진다.

블루 올이 가장 많이 돈을 빌려준 곳은 SaaS 기업들이었다. 높은 마진, 끈끈한 고객 고착도, 독점적 지위. "절대 망하지 않을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블랙스톤, KKR, 아폴로 같은 다른 대형 운용사들도 같은 논리로 SaaS 기업들에 수조 원을 빌려줬다.

그런데 AI 코딩 에이전트가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기업들이 비싼 소프트웨어를 사지 않고 AI로 직접 만들 수 있게 되자, "절대 망하지 않을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전제 자체가 흔들렸다. 월가에서는 이를 "SaaS 아포칼립스"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공포가 퍼졌다. "내 돈이 망해가는 소프트웨어 기업에 묶여 있는 건 아닌가."

블루 올의 리테일 투자자들이 분기 환매 한도인 5%를 훌쩍 넘겨 15% 이상을 한꺼번에 빼겠다고 요청했다. 펀드 입장에서는 감당이 안 된다. 기업에 빌려준 돈은 당장 돌려받을 수 없고, 돌려받더라도 큰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결국 블루 올은 환매를 막았다. 문을 닫은 것이다.

여기서 핵심을 짚어야 한다. 블루 올이 망한 이유는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실제로 망했기 때문이 아니다. 투자자들이 "혹시 망하지 않을까" 하는 공포에 한꺼번에 돈을 빼려 했고, 그 돈을 돌려줄 수 없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실물 경제의 문제가 아니라 레버리지 구조의 문제다. 돈이 들어올 때는 넓은 문으로 들어오지만, 나갈 때는 좁은 문으로 나가야 하는 구조. 평소에는 아무도 그 문의 폭을 신경 쓰지 않는다. 불이 나기 전까지는.

모하메드 엘에리안 전 PIMCO CEO는 즉각 2007년을 꺼냈다. BNP 파리바가 서브프라임 연계 펀드를 동결한 그 순간을.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더 직설적이었다. "블루 올은 1조 7천억 달러짜리 그림자 금융 시스템에서 나온 첫 번째 바퀴벌레다."

The House Pledged Twice

블루 올이 미국을 흔든 같은 주, 런던에서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사이에 조용히 하나가 더 터졌다. MFS, Market Financial Solutions. 이 사건은 블루 올과는 성격이 다르다. 블루 올이 "돈을 못 돌려주는 구조"의 문제였다면, MFS는 훨씬 원초적이다. 사기다.

MFS가 하던 일을 쉽게 설명하면 이렇다. 부동산 브릿지론이라는 것이 있다. 집을 사려는 사람이 기존 집을 팔기 전에 새 집의 계약금이 필요할 때, 그 사이를 메워주는 단기 대출이다. MFS는 이 브릿지론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업체였다. 대출 포트폴리오 24억 파운드, 약 4조 원 규모에 20년 역사를 가진 회사였다.

이 사업을 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대출해줄 돈을 어디서 가져오느냐. MFS는 대형 은행들에게서 빌려왔다. 은행에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우리가 부동산을 담보로 잡고 대출을 해주고 있습니다. 이 담보를 근거로 저희에게 돈을 빌려주세요." 은행 입장에서는 부동산이라는 실물 담보가 있으니 안전하다고 판단한다. 바클레이즈가 6억 파운드, 아폴로가 4억 파운드, 제프리스가 1억 파운드를 빌려줬다. 산탄데르, 웰스파고, 캐슬레이크까지 합치면 총 20억 파운드, 약 3조 5,000억 원이 넘는다.

여기까지는 정상적인 사업이다. 문제는 MFS가 같은 부동산 하나를 여러 은행에 동시에 담보로 잡혔다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이렇다. 시가 10억짜리 집 한 채를 가지고 A은행에 가서 "이 집을 담보로 10억 빌려주세요"라고 한다. 그리고 같은 집을 들고 B은행에 가서 또 "10억 빌려주세요"라고 한다. C은행에도 간다. 집은 한 채인데 빌린 돈은 30억이다. 각 은행은 자기가 10억짜리 담보를 잡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같은 담보를 세 곳이 동시에 잡고 있으니 한 곳이라도 돈을 돌려받으려 하면 나머지는 빈손이 된다.

MFS의 레버리지는 46배였다. 모회사 지르콘 그룹 기준으로 포트폴리오 12억 5,000만 파운드에 자기자본은 약 2,700만 파운드에 불과했다. JP모건 같은 대형 은행도 통상 10배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말이 안 되는 수준이다. 자기자본이 100% 증발해도 전체 손실의 2%도 감당하지 못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은행들이 돌려받을 수 있는 건 담보뿐이었는데, 그 담보마저 이중으로 설정된 상태였다.

2026년 초 바클레이즈가 MFS의 자금 흐름에서 이상한 점을 포착하고 계좌를 동결했다. 계좌가 동결되자 MFS의 돌려막기가 즉시 불가능해졌다. 새 돈을 못 빌려오면 기존 빚을 갚을 수 없고, 빚을 못 갚으면 사기가 드러나는 구조였다. MFS 산하 자회사들이 법원에 직접 파산을 신청하며 본사를 고발했고, CEO 파레시 라자는 두바이로 출국했다. 법원은 이중 담보 증거를 채택하고 파산관리를 승인했다.

2025년 3월까지 감사인은 깨끗한 의견을 줬다. 이사들은 "계속 경영 가능하다"고 서명했다. 6억 파운드를 빌려준 바클레이즈도 몰랐다. 바클레이즈는 이미 트라이컬러 손실 이후 "전체 대출 포트폴리오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공언한 상태였는데, 그 재검토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MFS의 사기를 발견하지 못했다. 사모신용 시장의 불투명성이 어느 수준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The Pattern, Not the Incident

블루 올과 MFS는 사건의 성격이 다르다. 하나는 구조적 유동성 위기고, 하나는 사기다. 하지만 둘 다 같은 뿌리에서 나왔다. 과도한 레버리지,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불투명성이다.

여기에 제이미 다이먼이 일찍이 경고했던 트라이컬러와 퍼스트 브랜즈를 더하면 패턴이 완성된다. 트라이컬러는 담보 가치를 부풀려 수십억 달러를 끌어다 썼다. 퍼스트 브랜즈는 공식 장부 밖에서 사모신용 시장을 통해 23억 달러를 몰래 빌렸다. MFS는 같은 담보를 여러 곳에 중복 설정했다. 블루 올은 투자자에게 약속한 유동성을 실제로는 제공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들었다. 네 사건 모두 실제보다 훨씬 큰 빚을 지고 있었고, 그 사실이 감춰져 있었다.

제프리스는 트라이컬러에서 수억 달러를 잃고, 퍼스트 브랜즈에서 또 잃고, MFS에서 세 번째로 당했다. 같은 은행이 같은 패턴에 세 번 걸린 것은 불운이 아니다. 이 시장 전체가 비슷한 레버리지 논리로 돌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블룸버그는 이 세 사건을 하나의 패턴으로 공식 연결하면서 이렇게 시작했다. "MFS가 런던에서 붕괴를 향해 질주하는 동안, 무대는 달랐지만 테마는 익숙했다."

이것이 바퀴벌레다. 한 마리가 보인다는 것은 벽 뒤에 더 있다는 것이다.

The Avalanche Structure

그런데 이 바퀴벌레들이 왜 진짜 위험한가. 사모신용 시장의 몇몇 펀드가 터지는 것 자체는 시스템을 무너뜨리지 않는다. 진짜 위험은 이 균열들이 훨씬 더 큰 구조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에 있다.

눈사태가 어떻게 일어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눈사태는 마지막 눈 결정 하나 때문에 일어나지 않는다. 수주, 수개월에 걸쳐 불안정한 눈 층이 쌓이고, 그 위에 또 쌓이고, 무게가 축적되면서 전체 구조가 임계점에 가까워진다. 그 상태에서는 스키어 한 명이 지나가는 진동, 바람에 떨어지는 나뭇가지 하나가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 방아쇠 자체는 사소하다. 문제는 방아쇠 뒤에 쌓여 있는 불안정성의 규모다.

이것이 지금 금융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첫 번째 층은 유동성 공급자의 소멸이다. 시장이 흔들릴 때 누군가는 유동성을 공급하며 버텨줘야 한다. 전통적으로 그 역할을 한 것은 은행과 브로커딜러였다. 그런데 2008년 이후 볼커 룰로 은행의 자기 계좌 거래가 제한되면서, 브로커딜러들의 기업채 보유량은 3,000억 달러에서 700억 달러대로 쪼그라들었다. 그 사이 전체 기업채 시장은 70%나 커졌다. 10년 전 딜러들은 하루 평균 거래량의 여섯 배를 보유했다. 지금은 하루 평균 거래량과 겨우 비슷한 수준이다. 시장이 흔들리면 하루치 물량도 소화하기 빠듯하다.

그 빈자리를 채운 것이 ETF인데, ETF는 본질적으로 완충재가 아니라 확성기다. 현재 기업채 ETF 보유량은 1조 2,500억 달러로 딜러들의 25배에 달한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팔면 ETF도 팔아야 한다. 시장이 무너질 때 받아주는 것이 아니라 같이 무너지면서 하락을 증폭시킨다.

두 번째 층은 베이시스 트레이드(Basis Trade)다. 현물 채권과 선물 사이의 미세한 가격 차이를 챙기기 위해 헤지펀드들이 20배에서 50배의 레버리지를 건 전략이다. 수익이 워낙 작아서 큰 레버리지 없이는 의미 있는 수익이 안 나온다. 조용할 때는 꾸준히 수익이 나는 계단 오르기지만, 시장이 흔들리는 순간 엘리베이터 샤프트를 타고 수직 낙하한다. IMF 추산 이 포지션의 규모가 약 1조 달러, 한화 1,400조 원이다. 연준이 2026년 2월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금융 부문 레버리지의 전반적 수준이 현저하다"고 명시한 이유다.

2025년 4월에 이미 예고편을 봤다. 트럼프의 관세 폭탄이 터지자 베이시스 트레이드가 대규모로 강제 청산되면서 국채 시장이 이상한 방향으로 움직였다. 시장 공포가 커지면 안전자산인 국채는 올라야 하는데, 국채가 주식과 함께 떨어졌다. 헤지펀드들이 레버리지를 줄이기 위해 가장 유동성이 좋은 자산부터 팔아치웠기 때문이다. 안전자산이 안전자산이 아니게 된 순간이었다.

이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된다. 블루 올 같은 사태로 사모신용 시장에 불안이 퍼지면, 투자자들이 다른 펀드에서도 돈을 빼려 한다. 펀드들은 자산을 팔아야 하고, 매도가 매도를 부른다. 그 충격으로 헤지펀드의 레버리지 포지션이 강제 청산되고, 베이시스 트레이드가 무너지면서 국채 시장까지 전이된다. 완충재는 사라졌고 ETF가 하락을 증폭시킨다. 이것은 도미노가 아니라 눈사태다. 어느 눈 결정이 방아쇠를 당길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불안정한 눈 층은 이미 겹겹이 쌓여 있다.

Where to Find the Real Bubble

여기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AI 버블의 실체는 어디에 있는가.

많은 논의가 AI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에 집중되어 있다. Nvidia가 고평가인지, OpenAI의 펀딩 구조가 지속 가능한지, AI 투자 사이클이 언제 꺾이는지. 이런 질문들이 의미 없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진짜 위험을 찾으려면 AI라는 서사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서사 위에 올라탄 순환적 레버리지 구조를 봐야 한다.

블루 올이 보여준 것은 정확히 이것이다. 사모신용 시장이 SaaS 기업들에 수조 원을 쏟아부은 것은 AI 시대에 소프트웨어가 절대 망하지 않는다는 서사 때문이었다. 그 서사 위에 레버리지를 얹었다. AI 코딩 에이전트가 등장하자 서사가 흔들렸고, 서사가 흔들리자 그 위에 쌓인 레버리지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AI 기술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AI라는 서사를 담보로 쌓아올린 빚의 탑이 문제다.

MFS가 보여준 것은 더 근본적이다. 사모신용 시장은 불투명하기 때문에 위기가 오기 전까지는 위기가 보이지 않는다. 감사인도 몰랐고, 이사회도 몰랐고, 수천억 원을 빌려준 대형 은행도 몰랐다. 재검토를 진행하면서도 몰랐다. 그리고 위기가 보일 때는 이미 불이 붙은 다음이다.

Morningstar가 정리한 말이 정곡을 찌른다. 사모신용 시장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붐을 촉발했던 인센티브 구조를 재창조했으며, 이번에는 스테로이드를 맞은 버전이고 감시는 더 적다고.

Don't Surf a Tsunami

지금 당장 2008년급 붕괴가 온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눈사태가 정확히 언제 일어나는지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다. 다만 산 위에 불안정한 눈이 쌓여 있다는 것은 알 수 있고, 지금 그 눈이 쌓이고 있다는 신호들이 사방에서 들어오고 있다.

2023년, 2024년, 2025년은 모두가 돈을 벌고 있었다. 2005년, 2006년, 2007년에도 모두가 돈을 벌고 있었다. 다이먼이 그때를 지금 꺼내는 이유가 있다.

쓰나미를 서핑하려 해서는 안 된다. 파도가 높을수록 보드 위에 서 있고 싶은 유혹이 커지지만, 그것이 일반적인 파도가 아니라 쓰나미일 수 있다는 신호가 보일 때는 물에서 나와야 한다. 현금을 들고 있는 것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금처럼 시스템 전체의 레버리지가 임계점에 가까워지고 있을 때 현금은 가장 강력한 포지션이다. 무너진 뒤에 기회는 반드시 온다. 하지만 그 기회를 잡으려면 살아남아 있어야 한다.

벽 뒤에 바퀴벌레가 몇 마리나 더 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드러난 것보다는 많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