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와 보상

Posted by sckimynwa on July 02, 2023 · 7 mins read

여러 스타트업들을 살펴보다 느낀 거지만, 회사마다 각기 다른 형태의 리더십과 지배구조(혹은 조직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이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다양한 분야의 여러 친구들과 함께 각자의 경험과 이해관계에 기반하여 정리해본다. (FYI. 위 글에서 “투자자의 입장”은 실제 VC 투자자와의 대화를 기반으로 서술되었으며 한 개인의 입장이 아님을 밝혀둔다)

Conversations

첫 번째 줄기 - 투자의 필요성

스타트업을 창업한다고 했을 때, 투자를 염두에 두지 않고 어떤 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웬만큼 자신의 사업을 레버리지 없이 거대하게 키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없는 한, 이 옵션은 대개 배제될 것이다. 투자금 없이 자생할 수 있는 수익구조를 비즈니스 초반부터 만들어내야 하기에 그렇다.(아니면 굉장히 오랜 시간동안 무보수로 일할 수 있는 팀원들을 이미 소유하고 있던가.)

그리고 충분히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상황(매크로 환경에서 유동성이 풍부하거나, 대표가 투자자들의 신임을 얻을 만한 인물이거나 등등)임에도 불구하고 굳이 투자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은 레버리지를 활용해서 이익을 극대화 시킬수 있는 좋은 무기 하나를 버리는 것과 다름 없다.

초반부터 무조건 투자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특정 시점에서 투자 유치를 통해 더 폭발적인 성장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선택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렇게 좋은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초반부터 투자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투자받기에 적합한 지배구조를 고려하는 것은 합리적인 것으로 생각된다.

두 번째 줄기 - 투자자의 입장

창업자의 입장이 아닌 투자자의 입장에서, 스타트업에 투자한다는 것은 “리스크를 지는 일”이다. 그것도 상당히 큰 수준으로. 특히 초창기 스타트업에 투자한다는 것은 어쨌거나 부족한 정보를 기반으로 비전과 대표, 시장상황 팀원 등 재무재표 상으로 크게 드러나지 않는 몇몇 요소들을 기준으로 확률게임을 거는 것과 마찬가지다. 따라서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최대한 합리적인 선택을 해야 하며, 불안한 지배구조나 불안한 보상구조를 가진 스타트업에 굳이굳이 투자를 해야 할 유인은 적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투자자들이 지배구조에서 주의깊게 보는 것은 다음과 같다. (물론 모든 투자자들이 이런 것은 당연히 아닐 것이며 다른 의견에는 다른 합리적인 근거들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 대표이사가 최대주주인가?
  • 최대주주가 존재하는가?

이후 이어질 아래의 여러 줄기들은 이 전제를 바탕으로 이어진다.

세 번째 줄기 - Co-founder alignment

4명 혹은 그 이상의 Co-Founder들이 스타트업을 창업하는 경우, 굉장히 Naive한 생각으로는 지분을 1/N으로 나누는 선택을 하고 싶어질 가능성이 높다. 더 나은 커리어를 쌓거나, 더 높은 보상을 받으며 다른 기업에 취직할 수 있음에도 이것들을 포기하고 기분좋게 창업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초창부터 누가 누구보다 지분이 많네 어쩌네 하는 논의들이 분위기를 망치고 De-motivation을 유발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분에 있어서 Co-Founder들의 Alignment는 비가역적일뿐더러 향후 투자나 보상구조에도 매우 큰 영향을 미치므로 상당히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투자자의 입장에서 Co-Founder의 존재는 일종의 “양날의 검” 같은 느낌이다 좋은 Co Founder가 있을수록 비즈니스는 안정적이지만, 그들은 너무나 다양한 이유로 싸우고 파탄이 난다.(위에서 언급하겠지만, 투자자들은 가뜩이나 불확실한 상황속에서 확률게임을 거는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다툼의 가능성을 항상 고려할 수 밖에 없다.) 3명 이상의 Co-Founder 가 지분을 정확히 N분의 1로 나누어 가진 경우에 하방 압력은 더 커진다.

Co-Founder 들끼리 의견 차이로 서로 싸우고 파탄이 나게 되면 골치가 아파지는 이유는 이러나 저러나 지분 때문인데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들이 있다.

1. 구주 매각

회사가 유니콘이 되기 전에 모종의 이유로 Co-Founder가 회사를 나가게 되면 구주를 어떻게든 처분하게 될 것이다. Cliff를 굉장히 길게 잡아두고, 그 Cliff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나가게 되는 경우에는 구주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없지만, Cliff 기간이 지나 구주를 처분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게 되는 경우(그리고 아직 회사가 IPO나 M&A를 통한 매각을 하지 않은 경우)에는 액면가로 구주를 대표이사에게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

초기 스타트업에서 Co Founder는 매우 높은 확률로 회사의 핵심적인 역할(경영진)을 수행할 것이며, 투자자들 입장에서 기업이 커지기 전에 경영진이 내놓는 지분은, 설령 그 지분을 대표이사가 인수한다고 하더라도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좋은 신호가 아니다.

2. 법적 대응의 유-불리성

게다가 이렇게 내놓는 주식은 보통 대표이사가 액면가에 인수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지분을 액면가에 양도하게 되는 것은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나중에 회사가 IPO까지 가서 큰 기업가치로 상장을 하게 되었을 때 이에 대해 앙심을 품은 Co-Founder가 이를 법원으로 들고가면 액면가에 구주를 매각한 건에 대해 피해자(여기서는 나간 Co-Founder)의 편을 들어주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제 판례도 있다.)

기본적으로 구주는 회사가 IPO를 하거나 M&A를 하기 전까지는 시장에서 현금화되기가 매우 어렵다. (물론 비상장주식 거래를 할 수 있기는 하다) 따라서 이 단계에 이르기 전까지는 Co-Founder 사이에서 지분을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 자본으로 인식하기보다는 경영권과 의사결정권을 보장하는 모종의 “권리”로 인식하고 대표이사에게 몰아주는 편(과반 이상의 지분)을 권장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대표이사가 아닌 Co-Founder들은 과반 이하의 지분(거기다가 1/N 보다도 적은 금액. 아마 10~20% 사이의 지분. 그마저도 추후 투자를 받으면 희석됨)을 받게 되는데, 이들에게 어떤 보상을 주어야 하는가?

여기에 대해서는 기업의 수 만큼이나 다양한 계약 조건들이 있을 수 있다. 어떤 회사의 경우 아예 이 전제를 뒤집고 지분을 공평하게 1/N을 하되, 5~7년의 Cliff를 거는 경우도 있고, 의사결정권을 내부에서 확보하기 위해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대표이사에게 과반 이상의 지분을 몰아주지만, IPO를 하거나 회사를 매각할 때 지분을 처분(현금화)하는 과정에서 대표이사의 지분을 Co-Founder들에게 균등하게 분배하겠다는 식으로 계약을 걸 수도 있다.

네 번째 줄기 - 공동 대표와 각자 대표에 대하여

해외에서는 유독 공동대표로 잘 된 케이스가 많다. 구글도 그렇고 (래리페이지, 세르게이 브린), 애플도 그렇고(스티브 잡스, 스티브 워즈니악) 하지만 공동대표로 잘 되지 못하고 파탄난 케이스도 그만큼 많을 것이며, 보통 언론이나 책에서 이들을 다루지는 않기 때문에 Co-Founder가 많다고 해서 무조건 공동대표가 단독대표보다 좋은 것은 아니다. 공동대표는 기본적으로 두 대표가 모두 승인한 건에 대해서만 대표가 승인한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두 사람의 신뢰수준이 매우 높아야하며, 당연히 역량적으로도 뛰어나야 한다.

한편, 공동 대표 이외에 각자 대표라는 개념도 있다. 당근마켓이 대표적일 것으로 생각되는데, 각자대표는 공동대표와는 다르게 각자가 독립적인 의결권을 갖는다. 하지만 초창기 스타트업이거나 이제 창업을 시작한다면 각자 대표는 몸에 맞지 않는 옷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3명이 상의 Co-Founder가 있을 때, 이런 식으로 공동대표나 각자대표 체제로 사업을 운영하는 것이 대표이사가 1명이 있을 때보다 오히려 계층관계를 만들기 쉽다. (2명의 대표이사와 2명의 나머지 Co-Founder) 따라서 이 부분을 또 잘 고려해야 한다.

Wrap up

자본주의 사회에서 리스크의 크기는 대체로 보상의 크기와 비례한다. 투자를 받는 것도 레버리지를 통해 더 큰 리스크를 짊어지고 이를 통해 더 큰 보상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큰 리스크를 지닌 사람이 큰 보상을 기대하게 되는 것은 마찬가지이며, 따라서 전체 소득의 기댓값이 균등한 구조로 지배구조와 보상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인간을 신뢰하지 않는다. 인간은 주어진 Context에 따라 충분히 변할 수 있고, 절박한 상황에 몰렸을 때 이해되지 않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비이성적인 동물이다. 때문에 너무 긍정적인 미래를 그리기 보다는 향후 파탄나고 박살나고 싸우고 깨졌을 때, 비선형적인 손실을 보지 않는 구조인가?를 그려보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