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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w energy level

low energy level
Photo by Gabriel Vasiliu / Unsplash
되돌아가는 것이 도의 움직임이고, 약한 것이 도의 쓰임이다
(反者道之動 弱者道之用). - 노자, 『도덕경』

이따금 에너지 레벨이 낮아질 때가 있다. 나는 대체로 에너지가 높고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편이지만, 장거리 해외 출장을 다녀온 뒤나 여러 개인적인 일들이 겹쳐 번아웃이 올 때에는 평소처럼 높은 에너지 레벨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내가 기대하는 보상을 제공하는 게임에 오래 머무르려면 에너지가 높을 때 좋은 성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에너지가 낮을 때 충분한 성숙기를 가지며 하방을 지키고 추락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늘 같은 높이로 날 수는 없으니, 낮게 날 때에는 적어도 추락하지 않을 방법이 필요하다.

먼저 잠을 충분히 자려고 노력한다. 5시 반 정도로 맞춰져있는 알람을 끄고 커튼을 살짝 열어두어 해가 뜰 때쯤 자연스럽게 일어나도록 만들어 몸을 회복한다. 그리고 가볍게라도 땀을 흘리고 근육을 자극하는 운동을 하려고 노력한다. 몸살이 나지 않는 이상 계속해서 침대에만 누워있으면, 오히려 더 우울해지거나 다른 방식으로 뇌에 보상을 주려 하는 것 같다. 운동도 도저히 못하겠으면 산책이라도 하려 한다.

그동안 흩뿌려두었던 생각들도 정리한다. 글로 쓸 정도의 힘이 남아 있다면 이렇게 앉아 글을 쓰며 여기저기 퍼져있던 생각의 조각들을 모아 빚는 일을 하기도 하지만, 글을 쓰는 것 역시 생각보다 큰 에너지가 드는 일이므로 그것조차 어려울 때는 그냥 의자에 앉아 멍하니 지난 시간에 있었던 일들을 반추하기도 한다.

머릿속이 번잡한 것은 나의 경우 할 일이 많아서라기보다는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해야 한다면 어디에 어떤 순서로 두어야 할지 정해지지 않은 일이 많아서다. 가만히 반추하며,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릴지에 대한 생각을 하는 것 만으로도 삶이 조금 정돈되고 질서가 잡히는 느낌이 든다.

비아 네거티바(via-negativa)의 관점에서 에너지가 낮은 시기에는 하지 말아야 할 일도 있다.(어쩌면 더 중요하다) 그렇게 할 수 없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계속 일을 벌이는 것이다. 성과가 나지 않으니 조급해지고, 조급하니 더 많은 일을 건드린다. 그러는 동안 번아웃은 깊어지고, 정작 만들어지는 것은 성과보다 노이즈인 경우가 많다. 차라리 가만히 있는 게 낫다는 것을 배웠다. 에너지를 모으고 충분히 쉰 뒤, 다시 집중할 수 있을 때 한두 개의 일을 끝내는 편이 낫다.

에너지레벨이 낮은 시간은 어떻게 보면 확장과 발산을 멈추고 수렴할 기회이기도 하다. 에너지가 높을 때에는 새로운 것을 보고, 사람을 만나고, 가능성을 벌려놓기 쉽다. 반대로 에너지가 낮을 때에는 이미 벌여놓은 것들을 돌아보고, 무엇을 남길지 생각할 수 있다.

에너지가 높을 때 수렴하기란, 에너지가 낮을 때 발산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어쩌면 둘은 음과 양처럼 서로 다른 몫을 맡고 있는 것 같다. 한쪽의 리듬으로 다른 쪽까지 살아내려 하니 무리가 생긴다.

노자는 만물이 함께 일어나는 가운데 그것들이 돌아가는 것을 본다고 했다. 나에게도 뻗어나가는 시간만큼이나 돌아오는 시간이 필요하다. 에너지가 낮아졌다는 사실을 긍정과 부정으로 볼 것이 아니라, 대립면의 반대편. 즉 흩어진 것들을 거두어들이는 시간으로 받아들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