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triotism
"자신이 속한 작은 공동체에 애착을 갖고, 사회 안에서 우리가 속한 ‘작은 소대’를 사랑하는 것은 공적 애정의 첫 번째 원리이자, 말하자면 그 씨앗이다. 이는 조국과 인류에 대한 사랑으로 나아가는 일련의 연결고리 가운데 첫 번째 고리다."
— 에드먼드 버크, 『프랑스 혁명에 관한 성찰』, 1790년
나는 대한민국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 내 다음 세대, 특히 내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지금보다 나은 곳으로 만드는 것은 내 인생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다. 이를 애국심, 즉 "국가를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부른다면 국가란 무엇이고, 이를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국가를 구성하는 교과서적 요소는 국민·주권·영토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주권도 영토도 없던 때에 시작된 나라다. 1919년 4월 상하이에서 선포된 대한민국임시헌장의 첫 조문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함"이었다. 땅을 빼앗기고 주권을 행사할 수 없던 때에도, 나라를 되찾고자 하는 사람들의 의지가 먼저 있었다.
그래서 내가 사랑하는 국가는 이 땅에서 함께 살아온 사람들과 그들의 역사, 삶의 터전, 그리고 앞으로도 함께 미래를 만들어 가려는 의지로 이어진 이 민족과 공동체다. 르낭이 국민의 존재를 "매일의 국민투표"라고 부른 것도, 함께 지나온 기억과 앞으로도 함께 살겠다는 오늘의 선택이 나라를 이룬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공동체에서 비롯된 우리의 주권과 영토를 존중한다.
'사랑'이라는 말은 15세기에 '생각'을 뜻하기도 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원래 그 사람을 자꾸 생각하는 일이었던 셈이다. 그래서 나에게 국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실체 없는 어떤 무언의 추상적 개념을 떠올리는 일이라기보다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다가, 그들의 삶을 둘러싼 것들까지 생각하게 되는 깊은 생각의 확장에 가깝다.
내가 사랑하는 구체적 대상은 아내와 가족, 그리고 기껏해야 수백 명 정도 되는 내 주변의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들을 자꾸 생각하다 보면, 그들이 만나는 다른 사람들과 그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회까지 생각하게 되고, 내가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그들이 조금 더 나아졌으면 하는데까지 생각이 미치게 된다. 그렇게 보면 나의 애국은 지극히 사사로운 것일지도 모른다.
10년 후, 30년 후 이 땅에서 자랄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꿈꾸고, 넘어져도 다시 도전하고, 자기 삶을 열정과 사랑으로 채워 갔으면 좋겠다. 내가 가진 것들을 충분히 활용해서, 다음 세대가 마음껏 꿈꾸는 것이 당연한 국가를 만드는데 기여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 그리고 그 바람은 사사로운 것이어서, 그 기저에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