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bility is destabilizing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월드컵 토너먼트가 한창이다. 피파랭킹 1~4위의 국가가 나란히 4강에서 한자리씩 차지하며 열기를 돋우고 있다. 한편, 중동으로 눈을 돌려보면 여전히 긴장 상태가 지속되고 있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때렸고, 이란은 걸프의 미군 기지와 호르무즈의 상선을 때렸다. 7월 들어서도 공습과 보복이 매주 오가고 있다. 그런데 유가는 오히려 내려가고 있다. 4월 말 배럴당 121달러까지 치솟았던 브렌트유는 7월에 70달러대, 전쟁 직전 수준으로 되돌아왔다.

이 역설은 긴장을 만들면서 동시에 눌러주는 장치들에 의해 꽤 전략적으로 통제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긴장이 고조되며 유가가 위로 튈 것 같으면 미국은 전략비축유를 풀고, 걸프의 산유국은 기록적인 수준의 증산을 통해 물량을 푼다. 이어서 백악관은 공습 다음 날 개장 전에 완화 뉴스를 던지는 식이다. 그렇게 시장은 이제 전쟁에 대해 하나의 습관을 배운듯 하다. 공습이 나오면 잠깐 사고, 곧 다시 판다.
좋은 시절이 길어질수록 사람들은 그 안정을 전제로 더 위험한 구조로 옮겨가곤 한다. 원래 시장의 급락은 정치계로 날아가는 청구서다. 유가가 상승하고 이에 따라 시장이 급락하면 확전에 제동이 걸릴 수 밖에 없다. 지금처럼 중간선거를 서너달 앞둔 단계에서는 더 그렇다. 그런데 시장이 공습에 대해, 확전에 대해 이를 급락의 위험이 아닌 관리된 긴장으로 학습하는 순간, 탄탄한 하방이 생긴다. 청구서가 발행되지 않는 것이다.
문제는 이 예측가능한 긴장이 공짜가 아니라는 데 있다. 쿠션으로 눌러둔 평온이라는 말이 알맞아 보인다. 미국의 전략 비축유도, OPEC의 여유 생산능력도, 해협을 지나는 배의 보험도 유한하다. 쿠션이 얇아질수록 판은 눈사태 직전의 산을 닮아간다. 겉은 어느 때보다 고요하지만, 작은 돌 하나에도 전부 무너지는 상태로. 시장의 확신은 두꺼워지는데 그 확신을 떠받치는 재고는 얇아진다.
안티프래질의 교훈은 시스템의 프래질을 측정하는 것 자체에 있다. 시장의 확신은 매우 아슬아슬한 프래질 위에 서 있는 것 같다. 중간선거 전까지 긴장이 관리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현금 비중을 좀 더 늘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