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vial many
"Years ago I gave the name "Pareto" to this principle of the "vital few and trivial many." On subsequent challenges, I was forced to confess that I had mistakenly applied the wrong name to the principle." - Joseph M. Juran
1896년 이탈리아의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는 여러 나라의 소득 분포가 놀라울 만큼 같은 모양을 그린다는 사실을 보였다. 어느 사회에서든 소수가 부의 대부분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반세기 뒤 품질경영학자 조지프 쥬란은 공장의 불량 대부분이 소수의 원인에서 나온다는 것을 관찰하고, 이 현상을 "소수의 핵심과 사소한 다수(vital few and trivial many)"라 부르며 파레토의 이름을 붙였다. 우리가 흔히 80:20 법칙이라고 부르는 것, 즉 20%의 원인이 80%의 결과를 만든다는 파레토의 법칙이다.

오늘날 상당수의 서비스는 80%의 가치를 창출하는 20%의 핵심에 자원을 모으고, 남은 20%의 롱테일은 내버려 두는 방식을 취한다. 드물게 일어나는 예외, 아무도 읽지 않는 이용 약관의 구석, 그리고 이를 이용하는 일종의 어뷰저가 거기에 속한다. 어뷰저는 언제나 극소수이고, 그들이 끼치는 피해가 통계적으로 파멸적이지 않다면, 그들을 쫓는 데 자원을 쓰느니 대다수의 평범한 사용자를 생각하며 80%의 이득을 극대화 하는 편이 이득이라는 계산이다.
하지만 요즘 instinct, grok bot, muse 같은 에이전트형 서비스를 사용하다 보면, 파레토의 법칙이 불변의 법칙이 아니며, 무한대로 scale 가능한 지능을 전제하지 않은 지능의 유한성을 전제한 법칙이기에 지금과 같은 지능의 확장기에 굉장히 fragile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가령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수십대의 에이전트들을 거느리며 "이번 출장 숙소를 가장 싸게 잡아줘"라고 말한다고 해 보자. 잠들지 않는 무한대의 지능은 포기하지도 않고, 지치지도 않고, 오로지 자신의 주인으로부터 부여받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쿠폰을 겹쳐 쓸 수 있는 순서를 찾고, 신규 가입 혜택이 몇 번까지 적용되는지 시험하고, 환불 규정의 문장 사이에서 빈틈을 찾을 것이다.
약관을 끝까지 읽고 쿠폰의 조합을 하나씩 시험해 보는 데에는 시간이 들고, 사람은 대부분 그 시간을 쓰지 않는다. 아무도 약관을 끝까지 읽지 않았기 때문에 모호한 약관은 문제가 되지 않았고, 아무도 구독 해지를 챙기지 않았기 때문에 잊힌 구독은 매출이 되었다. 사소한 다수가 사소했던 이유는 그들이 선량해서가 아니라, 바빴고 게을렀고 피곤했기 때문이다. 무한대로 확장하는 지능은 이제 그 비용을 거의 0으로 만든다.
이제 서비스는 모든 사용자가 약관을 끝까지 읽고, 모든 허점을 한 번씩 두드려 보는 세계를 상정해야 한다. 내버려 두었던 20%가 서비스를 파멸로 이끌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피해가 생긴 뒤가 아니라 그 전에 막아야 한다. 정책의 모호함은 이제 취약점이고, 그것을 지키는 일도 사람이 아니라 잠들지 않는 무언가의 몫이 되어야 한다.
쥬란은 훗날 "사소한 다수(trivial many)"라는 말을 "쓸모 있는 다수(useful many)"로 고쳐 불렀다. 결과에 조금씩만 기여하는 다수의 원인도 하찮게 여기지 말라는 뜻이었다. 반세기가 지나 그 다수는 쓸모를 넘어 위협이 될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사소한 다수의 시대가 저물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