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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urage is in shorter supply than genius

courage is in shorter supply than genius
Photo by Maksym Kaharlytskyi / Unsplash
"Courage is far shorter in supply than genius." - Peter Thiel

비단 금융자산이 아니라 하더라도 우리는 언제나 무언가에 대해 "투자"를 한다. 투자는 본질적으로 "미래에 더 큰 가치를 얻기 위해 현재의 자원을 특정 자산에 배분하는 행위"이기에 일하는 행위도 투자이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투자이며, 하나의 일을 다른 일보다 우선적으로 하기로 결정하는 것도 투자다.

투자에는 두 종류의 우위가 있다. 수학적 우위(Quantitative Edge)와 행동적 우위(Behavioral Edge). 수학적 우위는 통계적 우위, 산술적 계산, 정량 분포 등을 통해 시장이 틀렸다는 것을 "계산해내는" 우위이다. 행동적 우위는 올바른 판단을 했을 때 그것을 끝까지 실행해내는 능력이다. 스토아 철학에서 말하는 "용기"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며, 공포에 팔지 않는 능력. 확신이 흔들릴 때 견디는 능력이다.

예컨대, 특정 기업의 유동현금흐름, 매출액, PSR, 섹터의 TAM등을 보고 회사에 대한 투자판단을 내리는 것은 수학적 우위에 기반한 행동이며, 이 기업이 전쟁과 유가 이슈로 (유가와의 연결고리가 상대적으로 약한 기업이라고 전제할 때) 반토막이 났을 때, 판단을 유지하며 오히려 비중을 늘려가는 판단을 내리는 것은 행동적 우위에 기반한 행동이다.

작년 9월에서 올 1월 사이, 수학적 우위로 들어간 주식이 50% 이상 빠진다면, 당신은 확신을 갖고 추가 매수를 할 수 있는가?

피터 틸은 행동적 우위가 수학적 우위보다 희소하다고 이야기하는데, 여기에는 몇 가지 근거들이 있지만, 주목할만한 점은 행동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에 대한 지점이다.

"There are always people who are going to point to the downside risks of that decision. and locally they may be right." - Mark Zuckerberg

개별 판단의 해상도에서 보면 반대 의견은 대체로 합리적이다. 어떤 결정이든 국소적으로 들여다보면 그 안에서 지적될 수 있는 리스크는 언제나 존재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인간의 뇌가 본질적으로 이 '국소적 해상도'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눈앞의 확실한 손실과 불확실한 미래의 이득이 놓이면, 뇌는 거의 자동적으로 확실한 쪽을 택한다. 주가가 반토막이 난 화면은 구체적이고 물리적인 자극이지만, 3년 뒤의 10배 수익은 숫자로만 존재하는 추상이다. 뇌의 기본 설정대로 움직이면, 우리는 매번 국소적으로는 옳고 전체적으로는 틀린 결정을 내리게 된다.

그래서 투자는 본질적으로 해상도의 싸움이다. 국소(local)의 반박을 전체(global)의 논지로 이겨내는 일. 디테일을 놓치지 않되, 그 디테일을 꿰는 더 큰 내러티브의 좌표를 먼저 붙잡고 있는 일. 좌표가 흔들리지 않을 때에야, 처음의 판단이 합리적 반박 앞에서도 쉽게 철회되지 않는다.

다만 그 좌표를 지탱하는 힘은 의지력으로만 구성되지는 않는다. 생각보다 인간이 발휘할 수 있는 의지력은 빨리 고갈되고, 컨디션에도 크게 영향을 받는다. 공포의 순간에 기존에 내렸던 투자 결정을 강화하고 오히려 약세 구간에서 보유 수량을 더 늘려가도록 만드는 힘은, 현금흐름·경쟁구조·TAM 같은 수학적 근거가 만들어낸 정량적 확신(하방)이며, 그 확신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기계적 규칙이다. 행동적 우위는 무한한 인내심이 아니라, 인내가 필요한 지점과 그렇지 않은 지점을 미리 구분해두는 설계에 가깝다. 즉 행동적 우위는 수학적 우위를 강화하며, 수학적 우위는 행동적 우위의 하방이 되어준다.

결국 좋은 투자의 한 사이클은 이렇게 흘러가는 것 같다.

  • 수학적 우위가 첫 씨앗을 틔운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비대칭을 숫자로 발견하고, 시장의 오류를 계산해내는 것. 그러나 씨앗이 나무가 되는 과정에서 가격은 반드시 흔들리고, 국소적으로 합리적인 반박들이 쏟아진다.
  • 그 구간에서 행동적 우위가 작동한다 
    공포에 매수하게 하고, 지루함을 견디게 하고, 한 번 더 깊이 공부하게 만드는 힘. 수학이 판단을 만들고, 행동이 그 판단을 시간 위에 올려놓는다.

천재(genius)는 숫자 속에서 비대칭을 발견하는 능력이고, 용기(courage)는 그 발견을 국소적 반박 속에서 철회하지 않는 능력이다. 전자는 훈련과 학습으로 복제되지만, 후자는 설계와 규칙, 그리고 자신의 논지에 대한 정직한 이해에 의해서만 유지되며 오히려 전자를 강화한다. 국소적으로 합리적인 반대를 전체적 확신으로 이겨내는 일이 결국 모든 "투자"가 마지막에 도달하는 같은 결론이 아닌가 한다.